최대 반군단체 FARC 지도자, 산토스 대통령과 평화회담 합의
제2단체 수장도 대화 응할듯
‘50년 피의 내전이 드디어 끝을 보는가.’
1960년대 이래 매해 평균 3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콜롬비아 내전이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내전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최대 반군단체 수장이 직접 만나 평화협정을 논의하기로 결의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28일 국영TV 담화문에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지도자 티모첸코와 곧 만날 것”이라며 “정부 수반으로서 드디어 평화 안착의 기틀을 마련했음을 기쁘게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또 “FARC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바로 제2의 반군세력인 민족해방군(ELN) 지도자도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뉴스에 따르면 50년 가까이 유혈충돌로 대치해온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이 대표자 접촉이 아닌 ‘수뇌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의 일시적인 휴전협정이나 포로교환협정은 금방 파기됐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FARC 측의 제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 오슬로 1차 접촉 이후 지속적으로 만났고, 27일 쿠바에서 세부사항을 조율한 뒤 양측 수장이 만난다는 측면에서 ‘종전(終戰) 발표’ 등 획기적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수십 개 반군세력이 난립하는 콜롬비아에서 FARC의 ‘전향’은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66년 결성돼 반군 테러의 70%가량을 도맡았던 FARC가 무력을 포기하면 다른 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니콜라스 로드리게스 ELN 지도자도 B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ARC가 (정부와) 만난다면 우리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FARC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1950, 60년대 극심한 빈부격차로 계층 갈등이 심했던 콜롬비아에서 FARC는 “가난한 이에게 땅과 빵을 돌려주자”는 모토를 내걸고 대중적 지지 속에서 성장했다. 1990년대 1만6000여 명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콜롬비아 내 마약 및 무기 밀매 등을 독점하며 연간 14억7000만 달러(약 1조6800억 원)를 벌어들일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바로 이런 성장이 FARC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그들이 수출한 대다수의 마약과 무기가 미국에 흘러들어 가 미국 정부의 개입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막대한 군사력 및 자금을 지원해 콜롬비아 반군 토벌을 도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공군 폭격으로 인한 FARC의 ‘정신적 지주’ 알폰소 카노의 사망은 세력 약화의 결정적 계기였다. 무차별적인 시가지 공격과 끊임없는 납치에 국민도 등을 돌렸다. 현재 FARC의 핵심 병력은 8000명 수준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정부가 회담과 별개로 반군 토벌 군사작전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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