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이 29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문책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노다 총리는 사실상 ‘식물 총리’가 됐다. 야당은 앞으로 모든 법안 심사를 거부할 방침이어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9월 8일까지 일본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일본 정치권의 관심은 이미 조기 총선에 집중되고 있다.
야당이 다수인 참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국민의 생활이 제일당’ 등 7개 군소 야당들이 이달 초에 제출한 총리 문책결의안의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야권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노다 총리의 외교 마찰과 민주당의 적자국채 발행을 위한 특별공채발행법안과 선거구제 개편 법안을 중의원에서 단독 처리한 것을 문책 사유로 삼았다.
민주당 정권 들어 총리 문책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역대 총리를 다 합해 3번째다. 과거 문책결의를 당한 총리는 2, 3개월 안에 물러났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는 2008년 6월 11일 총리 문책결의안이 통과된 후 그해 9월 1일 퇴진을 표명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는 2009년 7월 14일 문책결의안이 통과되자 1주일 후 중의원을 해산시켰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높다. 노다 총리 지지율이 19%대로 떨어지는 등 민주당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민당 등 야당도 현재로서는 과반 의석 확보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노다 총리는 다음 달 당 대표 경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총선이 끝난 후 자민당 등 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총리 자리는 내놓겠지만 정권 운영에 계속 발을 걸치겠다는 전략이다. 노다 총리가 최근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자민당 등 보수 야당과의 ‘코드 맞추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시 다음 달 말에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현 총재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0) 도쿄 도지사의 아들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자민당 간사장과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출사표를 냈지만 당내 여론에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총선 시기로는 민주당과 자민당이 새롭게 대표 체제를 갖춘 후인 10월 혹은 11월이 유력하다. 이번 총선의 초점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이 이끄는 지역정당 ‘오사카 유신회’가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오사카 유신회의 의석수에 따라 자민당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일본 정치판이 새롭게 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의 지지율 조사에서 오사카 유신회(16%)는 자민당(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민주당(11%)은 3위에 그쳤다.
아직까지 정치단체에 불과한 유신회는 다음 달 중 국회의원 5명 이상을 영입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의원 5명 이상을 보유하면 전국 정당의 요건을 갖춰 비례대표 후보를 낼 수 있고 기업이나 단체에서 기부금도 받을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민주당 의원 등 5명의 현직 의원이 이미 오사카 유신회의 신당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2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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