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지구를 구할 동안, 나는 미국인 가정을 돕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열광의 도가니였다.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플로리다 주 탬파 시 ‘탬파베이 타임스 포럼’ 컨벤션센터는 미국 공화당원들의 정권 교체 열망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오후 10시 37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차기 미국 대통령 밋 롬니를 소개합니다”라고 선언하자 행사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롬니 후보는 1층 입구로 들어와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연단으로 향했다. 연단에 오른 그는 “공화당 미국 대통령 후보를 수락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날 5만여 명의 대의원 및 당원이 모인 행사장은 “밋! 밋! 밋!”이라는 구호로 가득 찼다. 전광판에는 ‘우리는 미국의 격과 능력을 믿는다(We believe in America)’는 전당대회 구호가 선명했다. 롬니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당원들은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를 반복해 외쳤다.

롬니 후보는 “미국의 경제력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연설의 상당 부분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失政)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기원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은 실망을 불러왔고 분열을 초래했다. 변화와 개혁은 실패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4년간의 실망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해수면의 상승을 낮추고 지구를 치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나는 여러분과 가족을 돕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여성 지도자들을 거명하면서 여성과 이민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들도 잊지 않았다.

당선 후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1200만 개 창출을 약속한 롬니 후보는 2020년까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세금은 깎고 국가부채는 줄이며 ‘오바마케어’(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업률이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앞세워 오바마 대통령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날 롬니 후보의 연설은 여러모로 1980년 공화당 전당대회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이건은 ‘위대한 미국’이라는 보수의 비전과 ‘진보의 정책 실패’를 동시에 부각하는 연설로 상대방인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을 공격했다.

레이건은 “나는 2류 리더십이 이 위대한 나라를 계속 위기 상황으로 내몰며 망치는 것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며 “카터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와 지금의 경제 상황을 비교해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롬니 후보도 이날 “4년 전 대선의 흥분이 가신 지금 대다수 미국인은 자녀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롬니 후보의 연설에 앞서 영화 ‘황야의 무법자’의 주연 배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찬조연설자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연단 옆에 세운 빈 의자에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앉아있고 자신이 그들과 대화하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웃음을 이끌었다. 그는 “3년 반 전에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구호를 믿고 찍었는데 실업률이 치솟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만큼 나쁘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신에 대한 날선 비난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에 대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해선 비판할 게 많지만 그는 매우 규율 바르고 신의 있는(disciplined, faithful) 사람”이라고 호평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두 후보는 박빙의 접전을 계속했다. 갤럽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주간(지난달 23∼29일) 평균 지지율은 오바마 대통령(47%)이 롬니 후보(46%)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로이터-입소스(지난달 26∼30일)의 온라인 조사에서는 롬니 후보(44%)가 오바마 대통령(42%)을 2%포인트 앞섰다.

탬파=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롬니#수락연설#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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