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 등 여성 13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영국 희대의 살인마 피터 수트클리프(66)의 소지품들이 공개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선(The Sun) 등 영국 언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트클리프는 1975년부터 6년 동안 영국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카운티 지역에서 13건의 잔혹한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유부남이었던 그는 매춘부, 대학생 등 여성들만 골라 망치와 칼, 드라이버 등을 사용해 살해하고 가슴과 복부, 국부 등의 부위를 난자했다.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
'요크셔의 살인마'로 불리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수트클리프는 1981년 체포됐고 살인 13건, 살인 미수 7건을 저지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이름이 또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과거 교정시설로 사용됐던 글로스터셔카운티의 리틀딘 교도소 박물관이 수트클리프가 사용했던 물건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전시 물품 중에는 수트클리프가 수감 생활을 하면서 한 여성과 주고받은 자필 연애편지를 비롯해 모차르트 곡, 율동체조 음악, 레게 음악 등이 담긴 카세트테이프, 라디오, 스탠드 등이 포함돼 있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히로니뮈스 보스가 그린 음울한 느낌의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특히 그가 자필로 쓴 연애편지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상대는 글래머 모델 샌드라 레스터 씨(52). 그는 스트리퍼와 최면술사 활동 경력도 있다.
수트클리프에게 먼저 편지를 보냈다는 레스터는 1993년 5월부터 그해 9월까지 수트클리프로부터 받았던 편지들을 박물관에 직접 기증했다. 수트클리프에게 보낸 자신의 반라 또는 속옷 차림 사진도 함께 기증했다.
수트클리프는 레스터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을 위해 내 병실을 '성지'로 바꿨다. 함께 무인도로 도망가는 것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며 애정을 표했다. 수트클리프는 옥살이 중 정신분열증을 앓아 1984년 버크셔카운티 브로드무어 정신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그는 또한 편지에서 한 여성 정신과의사가 자신에게 처방하는 약들이 무기력증을 야기한다고 불평하며, "그 여의사한테 '언제 너를 붙잡을까? 낄낄'이라고 말하고 싶어"라고 적기도 했다.
레스터는 수트클리프가 편지로 청혼을 했지만 자신이 이를 거절하면서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관람 비용이 7파운드(한화 약 1만2500원)인 이 전시회에서는 수트클리프의 연애편지들을 비롯해 그의 생각과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물품들이 전시된다.
박물관 측은 "이곳은 영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정당하지 못한 명소"라며 전시회를 홍보한다. 심약한 사람은 관람하지 말라고 경고하긴 하지만, 어린이를 더 환영한다며 8세 미만은 입장료가 무료라고 광고했다.
이에 한 유가족은 거세게 반발했다.
수트클리프에게 두 번째로 살해당한 에밀리 잭슨 씨(당시 42세)의 아들 닐 씨는 "살인범의 물건들로 채워진 전시회를 열어 그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며 분노했다. 생계 때문에 성매매에 나섰다 살해된 주부 에밀리 씨는 수트클리프에게 흉기로 51차례 찔렸다.
닐 씨는 "전 세계는 이 끔찍한 살인마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왜 사람들이 살인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보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람들은 살인마에게 당한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을 잊고 있는 것인가. 우린 그가 저지른 끔찍한 짓을 잊지 못한 채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와 관련해 박물관 측은 "범죄나 살인을 미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수집품을 팔아 돈을 벌려고 전시회를 연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 단위가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물품도 있다. 분노를 참지 못하거나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은 전시회 관람을 삼가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전시한 모든 물건들은 수트클리프의 친형제인 카를 수트클리프에게 진위 확인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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