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6일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로 5일 공식 지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로써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달 30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각각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후보로 추대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청중을 향해 “우리가 4년 전보다 나아졌는가”라고 물은 뒤 일자리 창출, 재정, 건강보험, 환경 정책 분야 등에서의 오바마 업적을 열거했다. 롬니 진영이 민주당 전대 기간에 ‘당신은 4년 전보다 나아졌습니까’라는 슬로건으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취한 것에 정면으로 반격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는 전임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로부터 1990년대 중반 내가 겪은 경기침체보다 더 나쁜 상태의 경제를 물려받아 회복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며 “그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4년 더 시간을 주자”고 호소했다.
이어 “반대파와도 협력할 줄 아는 오바마야말로 대통령에 재선돼야 한다”며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내 아내 힐러리를 국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해 청중의 미소와 박수를 이끌어 냈다. 전당대회 사상 가장 긴 48분 동안의 연설은 그가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지원자임을 유감없이 보여 준 명연설이라고 평가받았다.
연설이 끝난 뒤 깜짝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어진 ‘롤콜 투표(대의원 점호 투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에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등이 나서 오바마 대통령의 낙태, 동성애자, 소비자권리 정책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롬니 후보가 경영했던 베인캐피털에 인수돼 해고된 3명의 근로자가 연사로 나와 롬니 후보의 경영 실적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4일 발표한 정강에 ‘신(God)’과 ‘예루살렘’에 대한 언급이 빠져 비난이 고조되자 5일 이를 추가한 정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강은 관례적으로 ‘하나님’을 언급했지만 정강에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던 것. 유대계 미국인들의 반발이 예상되자 민주당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표현도 수정된 정강에 집어넣었다.
한편 민주당은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 장소를 7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야외 경기장에서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로 급작스럽게 변경했다. 행사 주최 측인 민주당 전국전당대회위원회(DNCC)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시간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청중의 안전을 고려해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초 ‘비가 오든 해가 나오든’ 야외 경기장 연설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워낙 큰 야외 경기장을 다 채우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자 장소를 바꾼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맷 코널리 대변인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열정이 식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