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美공관 피습, 우발인가 기획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美정부 “격분한 시위대 소행”… 공화 “전형적 알카에다 테러”
이슬람 시위 다시 격화… 파키스탄서 19명 사상

‘계획된 범행인가 우발적인 도발인가.’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駐)리비아 미국대사의 죽음을 부른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영사관 피습 사건의 성격을 두고 미국 정치권 내부의 논쟁이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 비하 영화 ‘무지한 무슬림’에 격분한 시위대가 일으킨 자연 발생적인 사건으로 규정하자 공화당은 미리 계획된 ‘기획 테러’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 외교안보팀의 핵심 멤버인 수전 라이스 주유엔 대사는 16일 사건이 미국과 미국의 정책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이 아니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NBC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증오심에 가득 차고 공격적인 동영상에 대한 자연 발생적인 반응”이라며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은 9시간 먼저 일어난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 공격의 모방”이라고 규정했다. 또 폭스뉴스에는 “과거에도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나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덴마크 만화처럼 이슬람교도들의 폭력과 분노를 촉발한 촉매제가 있었다”며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이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시위에 로켓추진총유탄 등 중무기를 들고 오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출신인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도 “이번 사건은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공격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아랍 국가에 대한 ‘불개입 정책’과 리더십 부재가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한편 이슬람 예배가 있던 ‘분노의 금요일’을 고비로 다소 누그러졌던 이슬람권의 반미 시위가 다시 유혈충돌로 번지고 있다. 16일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 수백 명이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돌과 벽돌을 던지며 영사관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 공포탄을 쏘며 진압했다.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 등에서도 수천 명이 “미국이 망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었다.

금요 예배일 대규모 폭력시위로 사망자 3명이 발생했던 튀니지에서도 16일 시위가 다시 이어졌다. 수도 튀니스 미대사관 앞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 ‘살라피스트’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75명이 체포됐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16일 반미 시위를 촉발한 문제의 영화 제작은 미국 정부의 책임이라며 무슬림에게 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핫산 나스랄라는 이날 TV 중계 연설을 통해 ‘분노의 시위’ 주간을 선언하고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에게 미대사관에 분노를 표출하라고 촉구했다. 문제의 영화를 만든 이들이 신봉하는 콥트교의 사제 자카리아 보트로스 헤네인(77)은 이런 이슬람교도의 폭력적인 반응을 비판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리비아#미 대사 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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