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확보를 위해 민간을 동원한 해상봉쇄작전에 돌입했다. 2010년 센카쿠 분쟁 때 동원했던 경제 제재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반일 시위는 억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 전방위 일본 봉쇄작전
17일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저장(浙江) 성 샹산(象山) 현 스푸(石浦) 항에 집결한 어선 2000여 척이 16일 출어제를 지내는 등 연안에서 총 1만여 척이 동중국해에서 조업할 채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센카쿠 열도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동중국해는 센카쿠 열도가 있는 곳이어서 ‘선해(船海)전술’로 봉쇄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해양감시선 6척이 14일 동시에 센카쿠 해역에 진입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규모 민간 어선을 일시에 동원해 일본 측의 방어태세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17일 ‘중국은 언제 일본의 경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까’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영토 주권과 관련한 문제에서 일본이 계속 중국에 도전한다면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제재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신문은 중국은 무작정 제재 수단을 남발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 쪽에는 가장 치명적이고 중국에는 가장 피해가 적은 ‘과녁’을 골라 사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녁의 예로 일본의 제조업과 금융업, 중국 수출품을 생산하거나 투자하는 기업, 전략물자를 수입하는 기업 등을 들었다.
런민일보는 “경제전쟁을 벌이면 중국과 일본 모두 부상을 입지만 일본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일본은 정말로 다시 잃어버린 10년을 원하느냐”면서 “20년을 더 후퇴할 준비는 돼 있느냐”고 글을 맺었다.
○ 중화권 여론몰이 본격화
반일감정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18일로 81주년이 되는 만주사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화통신은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에 있는 9·18역사박물관에 최근 관람객이 급증해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17일 전했다. 중국인들은 만주사변의 발단이 된 류탸오거우(柳條溝)사건이 일어난 9월 18일을 ‘국치일’로 삼고 잊지 말 것을 다짐하고 있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은 16일 선양에서 열린 9·18 관련 서적인 ‘피맺힌 원수를 기억하자’ 출판기념식에 학생과 학부모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18일 반일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대만 정부는 센카쿠 열도의 영토 주권을 상징하는 우표를 발행할 계획이다. 17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총통부는 국가안보 문제를 총괄하는 총통 직속기구인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표 제작 방침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센카쿠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구애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왕이(王毅)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대만에 공조를 촉구했다. 왕 주임은 최근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에서 열린 ‘양안(兩岸) 경제협력 및 문화교류 심포지엄’에서 “중국 본토와 대만 간에 여러 이견이 있더라도 영원히 연결된 관계이고 양측은 국가의 기본이익을 해치려는 어떤 시도에도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국 내 시위 통제 국면 전환
중국 내 각 도시에서 번지고 있는 반일시위가 폭력화 양상을 띠자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베이징(北京)과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 시 공안당국은 16일 시위대에 일부 불법분자가 들어왔다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은 법에 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저우(廣州) 공안은 지난 주말 동안 10명의 폭력시위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7일 “국민들이 이성적 합법적으로 요구를 전달하기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매체 보쉰(博訊)은 반일시위의 배후에 차기 최고 지도자로 사실상 확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보쉰은 시안에서 현직 경찰 일부가 시위대로 변장해 차량 파괴 등을 주도했다며 이들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를 지지하는 정법위원회와 선전 계통의 보수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안 공안당국은 인터넷에 돌고 있는 해당 경찰의 사진이 실제 인물과 다르다며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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