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항모 괌 급파… ‘센카쿠’ 美-中대결 치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美 이례적 항모 2척 운용… 센카쿠 둘러싼 분쟁 명분 아태지역 군비 증강 포석
中 軍기관지 “회개 안하면 쓰라린 맛 볼것” 日에 경고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미중 간 힘겨루기로 확전될 조짐이다. 중국은 공산당 간부의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센카쿠 근해에 해양감시선을 투입하는 등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 미중 대결 구도로 확대

홍콩 밍(明)보는 24일 미국이 니미츠급 핵항공모함 존 스테니스를 괌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괌에는 핵항모인 조지 워싱턴이 정박 중이다. 두 항모를 동시에 운용하기는 이례적인 경우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의 중요 지역에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존 스테니스는 만재 배수량 9만7000t 규모이며 순양함 구축함 핵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제3항모 강습전단을 이끌고 있다.

대만 중궈(中國)시보는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중-일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지만 돌아가자마자 미 해군이 항모 증파 사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존 스테니스 파견은 중-일 센카쿠 열도 분쟁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푸젠(福建) 성에 둥펑(東風)-21C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는 등 센카쿠 일대에 대한 군사력 우위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태평양 회귀를 선언하며 아태 지역 영토 분쟁에 대한 개입을 시도 중인 미국 역시 군비 증강을 위한 명분을 확보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앞서 19일 중-일 긴장 국면을 활용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에게서 신형 수직이착륙 수송기 ‘MV-22 오스프리’의 오키나와(沖繩) 배치권을 얻어 냈다.

현재로선 미중 또는 중-일 간에 의도적인 국지전이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사 강국들이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카쿠 주변으로 중국 어선 1000여 척이 몰려간 데다 중-일 양국이 팽팽한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 어선 조업 단속이나 정부 선박 간 대치 과정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소지도 없지 않다. 호주의 로위국제정치연구소 동아시아프로그램 책임자인 린다 제이컵슨 씨는 로이터통신에 “해상에서 만일의 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거대한 민족주의적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실제적인 위험이다”고 말했다.

○ 中 고위급 방일 취소, 센카쿠에 해감선 재투입

일본 해상보안청은 24일 오전 6시 40분경 중국 해양감시선 2척이 일본이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 영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해감선은 7시간가량 머물렀다. 또 오전 10시 40분과 오후 1시 30분경 어업감시선이 영해에 들어갔다가 빠져나갔다. 중국 감시선이 센카쿠 영해에 진입한 것은 18일에 이어 6일 만이다.

중국은 또 24일로 예정됐던 양옌이(楊燕怡)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의 방일도 취소했다. 일본은 중국이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식 연기에 이어 양 부장조리의 방문까지 취소하자 당황하고 있다. 노다 총리는 기념식 연기에 대해 “중국이 그 정도까지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여기에 대만 어선 70여 척도 센카쿠 근해에서 시위를 벌이기 위해 24일 출항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이날 “일본 정부가 회개하지 않으면 쓰라린 결과를 맛보게 될 것”이라며 역사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일본은 그럼에도 24일 가와이 지카오(河相周夫) 외무성 사무차관을 이틀 일정으로 중국에 파견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애쓰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도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기 위해 일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장관 회담 계획을) 들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아 일본인 2246명(우편 조사)과 중국인 2550명(면접 조사)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양국 간 현재 관계에 대해 ‘좋지 않다’는 반응이 일본에서 90%, 중국에서 83%에 달했다고 전했다. 국교정상화 30주년 때는 동일한 반응이 각각 45%, 50%였다.

[채널A 영상] 美 핵항공모함 급파 vs 中 ‘항공모함 킬러’ 배치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일본#중국#센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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