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기총리 유력한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前정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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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군사력 강화 외치면서도 과거사엔 유연

《 26일 실시되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전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5) 전 정무조사회장과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전 총리의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시바 전 정조회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 앞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 승자는 차기 총선에서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군사 마니아’로 불리는 이시바 전 정조회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때 방위청 장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 때 방위상을 지냈다. 평화헌법 개정 및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평생의 정치 소신으로 삼고 있는 그는 23일 NHK 토론회에서 “미국 해군이 공격을 받고 있는데 옆에 있는 자위대 함선이 이를 보고만 있다면 미일 동맹은 끝장”이라며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주장했다. 방위청 장관 때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주도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도 자위대의 국방군 개편 및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 해병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핵무장에 원론적으로는 반대하면서도 “(핵무기를) 만들려고 생각하면 1년 내에 만들 수 있는 억지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원전 제로에 반대하고 있다.

그의 안보 정책만 보면 동아시아 긴장 국면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우려가 크다. 하지만 그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력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A급 전범 분사를 주장했다. 2006년 시사월간지 론자(論座)와의 인터뷰에서는 “일본 극우파가 얼핏 용감해 보이지만 스스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를 멸망케 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기본법에 대해서도 “애국심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요즘 일본 정치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중국 스제(世界)신문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지만 일본군이 관여했던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에 대해 “침략전쟁에 대한 일종의 궤변”이라고 못 박았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아시아 외교와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인 그를 일본에서는 ‘현실주의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토 분쟁 해결의 적임자로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그는 ‘오타쿠’(은둔형 마니아) 기질도 강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호위함과 잠수함 등 플라스틱 모형 제작에 빠져 있고 ‘우주전함 야마토’ 등 애니메이션과 철도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같은 철도 마니아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정조회장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청년국장과 특별한 친분이 있다. 관료들로부터 ‘후지 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멀리서 보면 논리 정연한 정책통으로 멋있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외톨이로 친구도 없다는 의미다.

돗토리 현 지사와 자치상 겸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낸 이시바 지로(石破二朗)의 장남으로 부친을 여읜 뒤 부친의 친구였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권유로 1986년 정계에 입문해 8선째다. 1993년 야당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내각 불신임안에 찬성하는 반란표를 던진 뒤 자민당을 탈당한 일로 지금도 파벌 수장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그는 일본에서는 드문 기독교 신자로 18세 때 돗토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 이시바 시게루

▽출생:1957년 돗토리 현 ▽학력: 1979년 게이오대 법학부 졸업 ▽주요 경력: 1979년 4월∼1983년 1월 미쓰이은행(현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근무 △1986년 당시 전국 최연소(29세) 중의원 당선 △2002년 9월∼2004년 9월 방위청 장관 △2007년 9월∼2008년 8월 방위상 △2008년 9월∼2009년 9월 농림수산상 △2009년 9월∼2011년 9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성향: 군사 오타쿠(은둔형 마니아), 일본의 네오콘 ▽종교: 기독교 ▽가족: 부인과 딸 2명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이시바 시게루#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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