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종교세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안내면 신자 자격도 박탈”… 가톨릭 교령 법원도 옹호
종교개혁단체들 거센 반발

독일에서 가톨릭교를 믿는 사람은 종교세를 내야만 신자 자격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독일 라이프치히 연방최고행정법원은 26일 가톨릭 신자로서 각종 교회 활동에 참여하려면 종교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종교세의 합법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종교세를 내지 않으면 신자의 자격과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가톨릭교의 새 교령을 지지하는 결정이다.

은퇴한 신학자 하르트무트 차프 씨는 2007년 “교회의 신자 자격은 돈이 아니라 개인의 신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자신이 믿는 종교를 밝히면 자동으로 종교세를 떼는 현행 제도는 잘못”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5년 만에 판결이 나왔다.

법원 판결에 따라 24일부터 발효된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의 새 교령도 힘을 얻게 됐다. 가톨릭 주교회의는 행정당국에 신자 등록을 하지 않아 종교세를 납부하지 않는 사람은 교회에서 성체성사를 받을 수 없고 대부(代父) 대모(代母)가 될 수 있는 자격도 박탈하겠다는 내용의 전례 없이 강경한 교령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새 교령은 종교세를 내지 않는 신자는 결혼식 세례식 장례식 등 교회가 제공해온 종교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학교 병원 등 산하기관의 직원으로도 일할 수 없게 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보기 힘든 독일의 독특한 종교세 제도 때문이다. 독일은 자신이 특정 종교의 신자라고 세무신고서 등에 기재하면 개인 소득의 8∼9%를 종교세로 원천 징수해 징수 실비를 공제한 뒤 해당 종교기관에 전달한다. 현재 등록 신자가 인구의 30%(약 2500만 명)인 가톨릭교는 지난해 50억 유로(약 7조1936억 원), 신도가 약 2400만 명인 개신교는 45억 유로(약 6조4742억 원)의 종교세를 국가로부터 전달받아 교회가 세운 각종 교육, 복지 기관 등을 운영했다.

그러나 가톨릭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등록신자가 약 300만 명 줄어든 데다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추행 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신자가 빠르게 감소했다. 2010년엔 18만1193명, 지난해엔 12만6000명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통보하고 종교세 납부를 중단한 것. 또 각종 시민단체가 가톨릭 개혁 운동의 하나로 종교세 납부 거부를 추진하자 교회가 강력한 교령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우리가 교회다’ 등의 종교개혁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독일#종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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