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8시 미국 미주리 주에 있는 미군 신병훈련소 ‘포트레너드우드’의 리셉션센터. 갓 고교를 졸업하고 군에 지원한 10대 후반의 앳된 남녀들은 조교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휴대전화를 꺼내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병들은 매뉴얼에 있는 대로 “포트레너드우드에 잘 도착했어요. 지금 안전해요. 나중에 시간 날 때 전화할게요”라고 말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조교들은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분리하도록 하고 봉투에 넣어 가져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병 50명의 훈련소 첫날은 이렇게 시작했다.
미 국방부의 초청을 받아 방문한 이곳 훈련소에서 조교들은 신병들을 “아이들(kids)”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서둘러” “빨리 걸어”라고 연신 고함을 질러댔다. 바짝 얼어붙은 신병들은 명령이 떨어질 때마다 “예, 조교님”을 큰 소리로 복창했다. 행동이 조금이라도 굼뜬 신병들에겐 조교가 가차 없이 바로 옆으로 달려가 귓전에서 고함을 질러댔다.
신병들의 첫날 저녁식사는 사과 한 개와 파이 한 쪽, 그리고 생수 한 잔이 전부였다. 조교는 신병들에게 “물을 들이켜. 지금부터 식사 시간은 30초”라고 말했다. 하지만 “30초, 20초, 9초, 8초…1초”라고 세면서 10초 만에 식사를 중단시켰다. 사과 한두 입을 베어 먹다가 갑자기 조교의 “그만, 일어서”라는 구령이 떨어지자 신병들은 줄지어 먹던 사과와 파이, 그리고 물잔을 모두 휴지통에 버려야 했다. 훈련 둘째 날부터는 식사 시간을 20분으로 늘리고 메뉴도 신병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딜 수 있도록 세심한 신경을 쓴다고 한다.
여자 신병은 머리를 동여매고 있던 머리핀과 머리띠, 목걸이를 풀어헤쳐 반납했다. 이제 군인이 됐다는 것을 체감하는 듯했다. 집에서 입고 온 옷은 별도로 보관된다. 한국처럼 집으로 보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첫날 밤을 자는 둥 마는 둥 보낸 신병들은 오전 4시 반 기상 벨소리가 울리자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운동장으로 뛰쳐나왔다. 아침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오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체육관에서 진행된 ‘PT(군대식 체력단련) 체조’로 입대 둘째 날이 시작됐다.
포트레너드우드는 이날 초청 기자들에게 이례적으로 부대 내무반을 공개했다. 지난해 완공된 내무반은 한 방에서 총 30명이 생활할 수 있다. 침대는 깔끔하게 정리돼 호텔급 수준이었다. 초현대식 공동화장실(6개)과 샤워시설(12개)도 갖추고 있었다.
내무반 복도엔 군대 내 성폭행을 경고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발레스 소위는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성폭행”이라며 “성폭행은 범죄다”라고 말했다.
포트레너드우드는 미국의 4대 신병훈련소로 꼽힌다. 주로 헌병과 전투병 공병 등을 길러낸다. 신병들은 25주 동안 강도 높은 정신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이후 병과(兵科)에 따라 각 부대에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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