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섣부른 후보 지지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팝가수 마돈나는 24일 워싱턴 공연 중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흑인 무슬림(이슬람교도)”이라고 부르며 관중을 향해 “그에게 투표하라”고 말했다. 마돈나는 기독교도인 오바마를 무슬림이라고 한 것에 대해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부 보수 진영에서 퍼뜨리는 ‘오바마는 무슬림’이라는 소문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유명 연예인들의 지지 발언이 오히려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올 3월 오바마 지지 행사에서 부인 미셸 여사를 띄워주기 위해 “과연 미국이 백인 영부인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고 했다가 오히려 ‘인종 역차별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오바마 지지자인 흑인 배우 새뮤얼 잭슨은 지난달 트위터에서 “허리케인 아이작이 공화당 전당대회를 피해 가다니 신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가 “자연재해까지 동원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컨트리 가수 테드 뉴전트는 4월 전미총기협회(NRA) 연설에서 “오바마가 재선되면 나는 죽어버리거나 감옥에 가겠다”는 과격한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여가수 셰어는 5월 트위터에 “롬니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것조차 싫다”는 메시지를 올렸다가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유명 연예인들의 단순한 이분법적 발언 구조와 비속어가 포함된 발언 스타일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돈나, 새뮤얼 잭슨, 셰어 등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띄우기 위해 상대 후보에 대해 욕설이 섞인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자신의 팬에게는 통할지 모르지만 일반 유권자에게는 거부감을 준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26일 “유명인들의 후보 지지 발언은 오히려 해당 후보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역풍을 맞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드니로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비판했으며 롬니도 뉴전트의 발언에 대해 “무례한 발언”이라며 거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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