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 자살 막으려면 뭘 할 것인가”… 전세계 미군, 훈련 올스톱 1일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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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미국 미주리 주 포트레너드우드 기지에서 27일 채플에 참석한 병사들이 자살 예방교육 후 동료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하고 있다. 포트레너드우드=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 미주리 주 포트레너드우드 기지에서 27일 채플에 참석한 병사들이 자살 예방교육 후 동료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하고 있다. 포트레너드우드=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27일 오전 8시 반. 일요일이 아닌데도 미국 미주리 주 포트레너드우드 군사기지의 채플에 1000여 명의 병사가 자리를 빼곡하게 메웠다. 정면에 보이는 대형 화면엔 성폭행 피해자가 스트레스를 받아 트라우마에 빠져 결국 자살에 이른다는 것을 암시하는 그림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포트레너드우드 총사령관인 마크 옌터 소장은 “자살 유혹에 시달리는 동료들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미 육군은 이날 포트레너드우드뿐 아니라 국내외 모든 군사기지에서 훈련을 중단하고 군대 내 자살 예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토론을 벌였다. 갈수록 늘어나는 군대 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매년 열린다.

올 들어 8월까지 현역 육군 장병 131명이 자살했다. 지난 한 해에는 165명이 자살했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주요 원인은 성폭행과 재정적인 고민, 부대 배치 문제다. 모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옌터 총사령관은 “1981년 소위 시절 이탈리아에 근무할 때 부하 병사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한밤중에 칼로 손목을 긋고 부인까지 위협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급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살 충동에 빠질 수 있다. 동료들이 자살 충동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사로 초빙된 러셀 스트랜드 미 육군 군사경찰학교 카운슬러는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 폭력으로 피해를 본 여성들도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된 비디오에선 성폭행을 당한 여성 군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동료들 앞에서 자살 유혹에 빠지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나왔다. 스트랜드 씨는 “성폭행 피해 여성은 보통 사람보다 9배 이상 자살 충동을 느낀다”며 “주변의 어려움에 빠진 병사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는 모든 병사가 동료들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선서로 마무리됐다.

미 육군은 자살을 예방하는 팀을 10월 1일 발족하기로 했다. 병사는 물론이고 배우자까지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와 카운슬러 등 5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나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언제든지 군목(軍牧)과 만나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옌터 총사령관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트레너드우드=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군#군대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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