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비상임이사국 선거가 열린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예정보다 30분 늦은 10시 반 부크 예레미치 총회 의장(세르비아)의 선언으로 시작된 1차 투표는 10분여 만에 끝났다. 의장은 검표를 하기 위해 45분간의 정회를 선언했다. 검표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국, 캄보디아, 부탄 외교관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예정보다 늦게 들어온 의장이 1차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한국 대표단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국은 유효표 192표 가운데 3분의 2에 못 미치는 116표를 얻어 당선에 실패했다. 캄보디아와 부탄은 각각 62표와 20표를 얻어 선전했다. 총 득표 수가 198표로 된 것은 중복기표 국가가 6개나 나왔기 때문이다.
예레미치 의장은 한국과 캄보디아를 두고 2차 투표를 실시했고 25분간 두 번째 정회를 선언했다. 두 번째 정회도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한국 대표단의 초조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2차 투표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었다. 한국은 유효표 192표 가운데 149표를 얻어 43표를 얻은 캄보디아를 제치고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1차에서 캄보디아에 투표한 국가들마저 한국으로 돌아선 셈이다.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드라마를 연출했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의 방점을 찍는 순간 회의장 곳곳에서는 ‘와’ 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김숙 유엔대표부 대사를 비롯한 한국 외교관들은 환호했고 김 대사의 자리에는 수전 라이스 미국 유엔대표부 대사 등 축하 인사를 하려는 회원국의 외교관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김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천안함 폭침 사건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이 있을 때 간접적으로 안보리와 협의를 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결정의 장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한반도 문제에 관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전개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국과 달리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재임 때 이사국을 맡게 돼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한국은 1996∼97년에 이어 16년 만에 두 번째 이사국 진출을 이루게 됐다. 임기는 내년부터 2년간이다. 또 한국은 안보리 의장국을 내년 2월과 2014년 5월에 맡을 예정이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WB) 총재를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맡은 데 이어 안보리 이사국 자리까지 거머쥐게 돼 한국은 외교 무대에서 ‘트리플 크라운’(주요 3개 분야 석권)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위상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 룩셈부르크, 아르헨티나, 르완다도 2013∼2014년 비상임이사국으로 함께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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