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쓰루가 화력발전소 가보니… 산을 깎지 않고 층층이 설비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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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지난해 3월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에서 화력발전이 재조명받고 있다. 원전은 발전비용이 싸고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뒷수습에 20∼3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를 통해 부각됐다.

석유 석탄을 원료로 한 화력발전은 원전과 반대로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발전 비용이 많게는 원전보다 4배 이상 비싼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화력발전은 사고가 나도 ‘방사능 공포’가 없고 사고 수습 기간도 짧아 일본에서 화력발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의존도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 원전 사고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화력발전소 중 환경 및 지역민과의 공생으로 잘 알려진 후쿠이(福井) 현 쓰루가(敦賀) 시 ‘쓰루가 화력발전소(석탄 화력)’를 17일 다녀왔다.

쓰루가 기차역에서 승용차를 타고 북쪽으로 약 5분을 달렸다. 울창한 삼림 속을 지나더니 갑자기 바다가 펼쳐졌고, 바로 옆으로 56만 m² 용지 속의 쓰루가 화력발전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석탄을 실은 배와 발전소 건물은 불과 20∼30m 떨어져 있었다.

50만 kW와 70만 kW의 출력 터빈을 갖춘 쓰루가 화력발전소는 마치 계단 위에 지은 것 같았다. 발전기 변압기 터빈 송전시설 등은 모두 바다를 매립한 평지에 들어서 있지만 전기집진장치와 배연탈황장치 등은 매립지에서 63m 높은 산에 들어서 있었다.

발전소 측은 “발전소 시설을 2단으로 지은 것은 환경을 위한 것”이라며 “발전기가 있는 용지에 모든 시설을 지으려면 산을 깎아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소 운영에서는 편의성이 떨어지지만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에서 전례가 드문 모양새가 됐다는 설명이다.

발전설비와 터빈 등 주요 시설은 모두 평지에 있어 도보로 쉽게 오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산비탈에 있는 전기집진장치와 배연탈황장치를 보기 위해선 차를 타고 오솔길을 올라가야만 했다. 길가에는 숲이 무성했다. 작업자들의 이동 동선을 편하게 하기 위해 산을 밀어 모두 평지로 만들었으면 보지 못할 숲이었다.

쓰루가 화력발전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멘트 제조공장과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발전소에서 발전 후 나오는 석탄재의 약 절반을 시멘트회사로 보내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한다. 발전소와 시멘트 공장 사이에는 450m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설치돼 있어 별도 운송 수단이 필요 없다. 발전소와 시멘트 제조사가 서로 윈윈하는 셈이었다. 애초 발전소 용지를 고를 때도 시멘트 제조공장이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쓰루가 화력발전소는 지역사회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발전소 차량에는 ‘어린이 110번의 차’라고 적힌 딱지가 붙어 있다. 어린이들은 ‘위험하다’고 느꼈을 때 110번 딱지가 붙은 발전소 차량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발전소 직원들은 매년 3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후쿠이 공업고등전문학교에서 전력 시스템 강의를 한다. 발전소 내에 설치된 야구장과 게이트볼장도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대여한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관계 회사를 포함해 약 200명. 그중 약 40%는 쓰루가 출신이다. 화력발전소가 지역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 2010년 쓰루가 시의 전체 세입은 약 564억 엔으로 이 중 원자력과 화력 발전소를 유치한 덕분에 정부로 받는 교부금이 전체 세입의 약 14%를 차지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민간 기업들이 화력발전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강원 삼척시의 동양시멘트 폐광산 터를 재활용해 화력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석탄재를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등 쓰루가 화력발전소를 벤치마킹했다고 동양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쓰루가=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쓰루가#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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