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나오고 자정을 넘긴 7일 오전 1시 시카고 매코믹플레이스 컨벤션센터. 미국 록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볼 것이다(We take care of our own)’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오색 종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 있는 연단 위로 쏟아졌다.
당선 연설을 끝내고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가족과 포옹을 나누던 오바마의 모습은 오색 종이에 덮여 실루엣처럼 희미해져갔다. 그러나 ‘4년 더(four more years)’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함성은 천장을 찌를 듯 더욱 높아만 갔다. 오바마는 지지자들의 연호에 오랫동안 연단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12년 미 대선의 방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지인, 선거자금 기부자, 선거캠프 관계자, 선거 자원봉사단원들을 초대해 당선 축하연을 연 이날 행사로 시카고는 하루 종일 마비 상태였다. 시카고는 오바마가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 ‘제2의 고향’이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일찌감치 축하행사장을 찾아오는 차량과 지지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7시부터 입장을 허용했지만 철저한 보안 검색과 4만7000m²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의 동쪽 끝에 위치한 메인행사장인 홀D까지 걸어가는 데 족히 1시간은 걸렸다.
이날 오바마 지지자 약 2만 명이 이곳에 모인 것으로 선거캠프 관계자는 추산했다. 메인행사장의 수용 인원은 1만6000여 명이지만 입장하지 못한 지지자들은 비를 맞으며 행사장 밖을 지켰다. 전 세계에서 2000곳이 넘는 매체가 참가한 가운데 한국 언론에서는 동아일보가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 내부 천장에는 ‘앞으로(Forward)’라는 글자가 적힌 선거 슬로건 현수막이 걸렸다. 그 아래를 걷는 지지자 한 명이 ‘우리가 가는 곳(Where we go)’을 외치면 나머지가 일제히 ‘오바마’라고 응답했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네 살짜리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바네사 리즈 씨는 “우리 아이에게 민주주의가 뭔지 꼭 보여주고 싶어 데려왔다”고 말했다.
오바마 티셔츠 등을 파는 ‘오바마 스토어’와 선거 슬로건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공간은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지자들이 오바마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2008년 대선 때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캐머런 무디 씨는 “그는 미국을 위한 대단한 인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008년에 이어 이번에도 오바마에게 투표했다는 로마 스타인크 씨는 “롬니 측에서 오바마의 경제 실정을 놓고 계속 공격했지만 그나마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린 사람이 오바마”라며 “우리는 남은 4년 동안 미국을 다시 돌려놓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6일 오후 9시까지만 해도 CNN 등 미 주요 언론이 전하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오바마가 롬니에게 뒤지자 초조했던 행사장 분위기는 중요 경합주에서 오바마의 승전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급반전했다. 당선이 확실시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지며 행사장은 그야말로 축제장으로 변했다. 지지자들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곳곳에서 모여 기쁨의 춤을 췄다. 밤 12시가 넘었지만 이들은 오바마의 입장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
오바마는 이날 행사장을 찾기에 앞서 시카고 남부에 있는 선거운동 사무실을 찾아 직접 유권자에게 투표 독려 전화를 하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선이 확정된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인 미셸 여사와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됐다. 그것이 우리가 선거운동을 한 방식이었고, 그게 바로 우리”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바마는 당선이 확정된 뒤 “롬니는 좋은 후보였다”고 칭찬하는 등 겸손한 태도를 나타냈다. 자신은 승리와 패배의 경우에 대비해 모든 연설을 준비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연출했다.
오바마는 이날 방송된 뉴햄프셔 주 라디오 방송국 WZID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취임식이 끝나고 나서 백악관 연회룸 무도회 때 싸이의 말춤을 추겠느냐’는 질문에 “그 동영상을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그 동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취임식 무도회가 그 춤을 추기에 적절한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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