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사진) 일본 총리가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달 중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나섰다. 차기 총리가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정권을 탈환하면 제일 먼저 일미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이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중국의 새 체제 출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치권이 일제히 미국 매달리기에 나선 것이다.
8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8∼21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기간에 미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 아베 총재는 7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직후 기자들에게 “민주당 정권이 일미 동맹관계를 훼손하는 바람에 잃은 국익은 엄청나다”며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동맹 부활을 국내외에 과시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새 체제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강경한 노선을 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진핑 부주석은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를 겨냥해 “웃기는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해군을 현대화하고 전투 준비를 강화하라”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발언도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질서 새판짜기 과정에서 종속 변수인 일본의 국가 위상도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대 명예교수는 8일 산케이신문에 “2기 오바마 정권과 시진핑 체제의 관계에 따라 일본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일 동맹 전망이 장밋빛만인 것은 아니다. 일본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경제 파트너로 중시한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와타나베 야스시(渡邊靖) 게이오대 교수는 8일 요미우리신문에 “센카쿠 영유권에 대해 미국은 미일안보조약 대상이라면서도 중립이라고 하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응인데 이는 미국의 중국 정책을 상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키나와(沖繩)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동아시아 미군 재편 비용 분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등 일본 내부의 반발로 진전이 없는 양국간 현안도 동맹 재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지일파가 대거 물러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아시아 관련 팀이 상당 폭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이 미일 공동 군사작전을 위한 집단적 자위권 확보 등 일본의 우경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 일본 언론에는 일본의 역할 증대를 강조하는 주장이 쏟아졌다. 구보 후미아키(久保文明) 도쿄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미국은 일본에 상당히 참고 있으며 불만도 쌓여있다. 일본이야말로 (중국 견제 및 동아시아 억지력 강화를 위해) 안하면 안 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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