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신문으로 꼽히는 뉴욕타임스(NYT)의 마크 톰프슨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호된 업무 신고식을 치렀다. 그가 12일 뉴욕 맨해튼 NYT 사옥에 첫 출근을 하자 “BBC 사장 당시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답하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톰프슨 CEO는 “BBC의 지미 새빌 성추행 관련 탐사보도 중단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영국 의회의 출석 요구가 있다면 출석해서 내 입장을 떳떳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11일 “톰프슨 CEO가 BBC 스캔들 때문에 NYT 내에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톰프슨 CEO가 받고 있는 의혹은 BBC의 성추행 관련 탐사보도가 중단됐을 때 사장으로서 중단 지시를 내리고 사태를 은폐하려 했다는 것. 이에 대해 톰프슨은 10월 13일 NYT 인터뷰에서 “BBC 탐사보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했다가 23일 영국 의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는 “BBC 기자에게서 보도가 중단된 것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입장을 바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새빌 스캔들은 영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BBC 사회자 지미 새빌이 1960년대부터 40여 년에 걸쳐 300여 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사건. 이에 대해 BBC는 자체 조사를 벌여 지난해 11월 탐사보도를 계획했으나 제작책임자가 갑자기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
일부에서는 2004년부터 올해 7월까지 BBC 사장을 지낸 톰프슨이 중대 탐사보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몰랐다면 경영자로서 관리능력 부족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나중에 알았더라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은 보도 윤리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연구단체 아웃셀의 켄 닥터 분석가는 “NYT라는 거대 언론기관을 이끌어야 하는 톰프슨의 경영자질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톰프슨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새로 취임한 CEO에 관한 논란을 다뤄야 하는 껄끄러운 처지에도 미 언론매체 중에서 톰프슨의 보도 은폐 의혹을 가장 철저하게 파헤쳐 ‘가장 신뢰도 높은 신문’이라는 명성을 확인했다.
NYT는 매슈 퍼디 탐사보도팀장을 영국에 급파해 톰프슨 CEO 관련 의혹을 취재해 장문의 심층기사를 내보내는가 하면 톰프슨 CEO를 직접 인터뷰해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또 NYT의 마거릿 설리번 퍼블릭 에디터는 톰프슨 관련 칼럼을 3차례 연속 게재하며 “NYT는 BBC 스캔들에서 톰프슨의 역할을 공격적으로 취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NYT의 관련 취재 진전 상황을 시시각각 전하고 있다.
아서 슐츠버거 NYT 회장은 12일 “톰프슨 보도는 철저하고 내용이 알찼다”며 “NYT는 앞으로도 톰프슨 관련 논란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지는 11일 “NYT가 다른 언론 매체에 앞서 자사의 신임 CEO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취재에 나선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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