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 이양에 대해 중화권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를 ‘뤄투이(裸退·벌거벗은 퇴진)’로 표현하며 깔끔한 권력승계의 전통을 세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후 주석의 결단은 권력에 집착하지 않으며 정도를 걷는 정치인으로 남겠다는 개인적 소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정치개혁의 이정표로 남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분석가 천쯔밍(陳子明) 씨는 “순조로운 권력이양의 선례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론 전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겨냥한 최후의 ‘한 방’이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장 전 주석의 노욕(老慾)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총서기직을 넘긴 뒤에도 2년간 군사위 주석직을 놓지 않았다. 또 후 주석이 차기 지도자로 낙점해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제치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전면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장 전 주석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손잡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후 주석은 재임 10년 내내 장 전 주석 때문에 운신의 제약을 받았다. 이번에 ‘군권(軍權) 포기 카드’를 꺼낸 것은 ‘내가 완전히 물러날 테니 당신도 이제 자중하라’는 경고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절대적 후원을 받았던 장 전 주석은 군사위 주석직에 더 있더라도 거리낄 게 없었지만 권력 기반이 취약한 후 주석은 더 버티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분석가는 “장 전 주석과 후 주석은 정치적 ‘급’이 다르다. 그가 이끌고 있는 공청단파(중국공산주의청년단파)가 새 상무위원단에 몇 명이나 들어갔는지 보면 세력 판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리’를 둘러싼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후 주석과 가까운 팡펑후이(房峰輝) 전 베이징군구 사령관이 최근 작전 총괄권을 가진 총참모장으로 가는 등 군부에 자기 사람을 심는 대신 본인은 군사위 주석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후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에서 물러나도 원로로서 막후에서 활동할 공간은 여전히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신문은 그가 진심으로 ‘원로 정치’의 악습을 깨려 한다면 당의 공식회의에서 시 총서기와 장 전 주석에 이어 서열 3위로 입장하지 않고 시 총서기와 장 전 주석 그리고 상무위원 6명을 앞세운 뒤 9번째로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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