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선 것이다. 미-EU FTA 협상이 시작되면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의 FTA 협상 속도도 빨라지면서 글로벌 자유무역 전선에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 대표들이 FTA 협상에서 다룰 주요 내용을 논의해 왔던 FTA 고위 워킹그룹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협상 권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양측 정부 및 기업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카럴 더휘흐트 EU통상집행위원은 최근 “양 경제권의 FTA 협상 논의가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22일 에드 패스트 캐나다 통상장관을 만나 캐나다와 FTA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언급하며 “이것이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안드레아 미드도 “양 경제권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FTA 방안을 고위 워킹그룹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NYT에 밝혔다.
1990년대부터 비공식적으로 연구 검토가 이뤄져온 양측의 FTA 협상 논의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EU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회복 부진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양 경제권의 교역이 순조롭게 이뤄졌고 한국 등 신흥국과의 FTA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미-EU FTA가 경기 회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은 오바마가 FTA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내년 초 유럽을 순방하는 오바마가 ‘FTA 선물 꾸러미’를 들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미-EU FTA가 양 경제권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현재 평균 관세율이 3%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최소한의 관세 인하로도 양 경제권이 누릴 이득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GE 글로벌 대관 담당 사장이자 전 무역부대표를 지냈던 카란 바티아는 “기본적으로 양 지역의 교역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FTA로 교역이 조금만 늘더라도 사상 최대이자 가장 중요한 FTA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32조7000억 달러로 전 세계 GDP(70조 달러)의 약 46.7%를 차지한다. 양 경제권의 교역규모도 지난해 6370억 달러(약 691조 원)로 미국과 중국의 5030억 달러(약 548조 원)를 넘어선다. 올해 9월 말 현재까지 교역규모 역시 4850억 달러로 미-중의 3900억 달러를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EU FTA 체결로 양 경제권의 GDP가 각각 1.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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