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BC 오보 퍼나른 1만명, 명예훼손 혐의 ‘소송 대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성범죄자 지목된 피해자측 트위터 이용자 상대로 추진

영국 공영방송 BBC의 오보를 트위터로 전달하거나 댓글을 단 트위터 이용자 약 1만 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에 휘말리면서 영국에서 ‘공표 공간으로서의 트위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BBC가 성범죄자로 오보한 앨리스터 매칼파인 상원의원은 트위터 이용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섰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6일 전했다.

B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뉴스나이트’는 보수당 고위 인사로부터 어린 시절에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한 남성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을 2일 내보내 파장을 일으켰다. 뉴스나이트가 해당 정치인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여러 단서를 제공해 가해자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측근이자 전 보수당 회계담당자인 매칼파인 의원이라는 추측이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그러나 가해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명예를 훼손당한 매칼파인 의원은 BBC로부터 사과와 함께 18만5000파운드(약 3억2000만 원)의 명예훼손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또 BBC의 오보를 후속 보도한 방송사 ITV로부터도 22일 12만5000파운드를 보상받기로 했다.

특히 그는 방송사뿐만 아니라 유명 트위터 인사 20명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변호사를 통해 밝혔다. 인기 코미디언 앨런 데이비스, 존 버코 하원의장의 부인 샐리 버코, 가디언지 칼럼니스트 조지 몬비어트 등이 소송 대상이다.

매칼파인 의원은 일반 트위터 이용자를 상대로도 소송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로어가 500명 미만인 트위터 사용자는 매칼파인 의원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RMPI가 만든 웹사이트에 접속해 편지를 읽고, 경위서를 작성한 뒤 사과하면 된다. RMPI는 이들을 상대로 자선단체에 기부를 권유하거나 소정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계획이다. 영국에서 명예훼손과 비방에 관한 법률은 원고에게 유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적 언급이 없더라도 문맥상 파악이 가능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게 RMPI의 설명이다.

매칼파인 의원을 대리하는 팀 롤스 변호사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명성을 트위터가 더럽혔지만 누구도 이렇게 대규모로 행동을 취한 적은 없다”며 “사람들은 트위터를 이용할 때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공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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