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화두는 ‘강한 일본’… 극우공약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자민-유신회 선명성 경쟁… 아베 “국방군 창설하겠다”
하시모토 “자주헌법 제정”… “경제부진이 우경화 부추겨”

“자위대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날려 보내는 조직으로 바꾸자는 것이냐.”(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극단적인 예를 들어 불안을 부추기자는 거냐.”(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

이달 16일 총선(중의원 선거)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개헌과 외교안보, 원전 재가동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선거 막판을 달구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공약한 헌법 개정 문제.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 9조를 바꿔 국방군을 창설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 지사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신당 ‘일본유신회’는 아예 현행 헌법을 폐기하고 자주헌법을 새로 제정하자고 주장한다.

우경화하고 있는 국민의 표심을 잡기 위해 극우 정당 간에 극우 공약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 및 영토 갈등과 관련해서도 일본유신회가 방위비의 국내총생산(GDP) 1% 한도 제한 규정을 없애겠다는 등 한층 과격한 공약으로 자민당과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집권당인 민주당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를 필두로 비판의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에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어 전쟁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실정(失政)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야당의 개헌 문제를 부각해 안정을 바라는 중도층의 표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반 유권자에게 까다로운 헌법 개정과 외교·안보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는 경제 부진에 따른 자신감 상실로 나타난 패배주의가 영토 갈등과 겹치면서 ‘강한 일본’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계열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최근호에서 ‘우경화하는 여자들’이라는 특집 기사에서 “과거에는 여자들이 아이의 장래를 위해 두 번 다시 전쟁터에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요즘은 아이의 장래를 위해 ‘강한 일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런 여성을 지칭하는 ‘여성 우익’이라는 의미의 ‘조시 우요(女子右翼)’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탈(脫)원전’이다. 변수는 28일 출범한 신당 일본미래당이다. 참신한 이미지의 가다 유키코(嘉田由紀子·여) 시가(滋賀) 현 지사가 대표를 맡아 ‘10년 내 원전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2030년 원전 철폐를 공약한 민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미래당의 실세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로 그의 정치 승부수가 또 한 번 성공할지가 관심거리다.

일본의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총의석 480석 중 자민당이 과반인 240석 안팎, 민주당이 100석 안팎, 일본유신회가 50석 안팎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주요 언론사 지지율 조사에서는 자민당 지지가 25% 안팎에 그쳐 연립정권 구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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