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민투표는 강행 의지… 야권일부 “꼼수” 시위 계속
언론 “대화”“위기” 전망 갈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8일 ‘파라오 권력’으로 불리며 거센 반발을 불러온 ‘새 헌법 선언’을 폐기하고 한발 물러섰다. 최근 2주간 무르시 지지 세력과 반정부 세력 간의 물리적 충돌까지 불러온 정국에 수습의 돌파구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새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15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야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살림 알아와 대통령 자문역은 이날 무르시 대통령과 정계, 학계 지도자들의 대화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헌법 선언문은 이 시간부터 무효”라며 “그러나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법률상 대통령이 날짜를 바꿀 수 없어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밝혔다.
다만 새 헌법 초안도 다소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 대통령의 뜻에 따라 새 헌법 선언과 초안을 재검토하기 위해 소집된 위원회는 대통령의 비상 법률 선언권을 없애고 대통령도 사법부의 감시를 받도록 헌법 초안을 고칠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무르시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야권은 일단 무르시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대응책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앞서 범야권그룹 구국전선(NSF)의 타레끄 알쿨리 대변인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4·16 청년운동단’ 등 일부 야권은 대통령 발표를 일축하고 8일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 방송 등 일부 언론은 “상당한 진전이지만 야권 요구의 절반만 관철된 셈”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BBC 등 또 다른 일부 언론은 “당초 사법부의 권력을 와해하려 했던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중대한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독립 성향의 알와탄지는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헌법 초안의 추가 수정 등을 전제로 야권이 대화에 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투표에서 헌법 초안이 부결되면 3개월 내 선거를 통해 새 제헌의회가 꾸려진다. 새 의회는 이후 6개월 내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해야 한다. 만약 초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60일 내에 하원 총선이 실시된다.
무르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새 헌법 선언을 폐기한 것은 군부의 경고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화를 거부하고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양측에 최후통첩성 경고를 했다. 무바라크 정권 퇴진 뒤 과도정부를 이끌던 군부가 6월 선출된 무르시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한 뒤 내놓은 첫 정치 성명이었다.
군부가 대통령궁 앞에 탱크를 배치하고 철조망을 설치한 데 이어 정치적 경고 성명까지 내놓자 국내 정치에 다시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군부는 “시위대에 무력을 쓰지 않고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치안 유지를 위해 군에 체포권을 부여한 사실이 드러나자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를 끌어들여 반대파를 진압하고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11월 22일 무르시 대통령은 사법기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의 법령과 선언문이 최종 효력을 갖는다는 새 헌법 선언과 국가적 틀에 이슬람 색채를 대폭 강화한 헌법 초안을 발표했다. 전국에서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5일 대통령 지지 세력과 시위대가 충돌해 7명이 숨지고 775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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