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자민당 압승]日개헌파, 중의원 76% 장악 ‘군대보유 금지’ 조항 손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 세력이 16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도적 다수인 76%(366석)에 이르는 의석을 획득했다. 개헌 세력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면 일본 내 개헌 추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이 주장한 집단적 자위권 논의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은 이번 총선에서 325석을 차지했다. 공명당이 개헌에 반대하고 있지만 개헌 찬성파인 일본유신회(54석)와 다함께당(18석) 등을 포함하면 중의원 내 개헌 세력은 366석에 달한다. 적어도 중의원 내에서는 헌법 개정 발의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아베 총재는 17일 오후 도쿄(東京)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계적 개헌론’까지 거론하며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걸림돌은 민주당이 88석으로 1당인 참의원.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원 242명인 참의원에서 자민당은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아베 총재는 “내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자민당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재는 또 이날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가능성도 비쳐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재는 10월 17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2006∼2007년 총리 재임 중에는 전임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참배 문제로 중-일 관계가 악화되자 야스쿠니신사를 찾지 못했다.

아베 총재의 센카쿠 발언이 나온 직후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일본이 현재 양국 사이에 형성된 어려움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집권 민주당은 기존 의석(230석)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7석에 그치며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과 조지마 고리키(城島光力) 재무상 등 현직 각료 8명이 무더기로 낙선했다. 현직 관방장관과 재무상이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전 관방장관 등 이른바 지한파(知韓派) 의원들의 낙선도 이어졌다. 자민당에선 관방장관 시절인 1992년 7월 일본 정부가 군 위안소 설치와 운영·감독에 관여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이른바 ‘가토 담화’를 발표했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관방장관도 14선 도전에 실패해 정계 은퇴 위기에 몰렸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16일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민주당은 22일 중·참의원 총회를 열고 새로운 대표를 뽑기로 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도 ‘징벌적 투표’에 따라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의석을 싹쓸이하는 극단적 ‘시계추 현상’이 재현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009년 선거혁명을 이끌며 308석을 획득해 의석을 싹쓸이했으나 이번에는 정반대로 자민당이 의석을 싹쓸이했다. 이는 기존 정치에 실망해 무조건 바꾸고 보자는 대중의 ‘파랑새 증후군’이 원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자민당 선택으로 이어졌다. 일본 국민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제 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꼽았다. ‘무제한 양적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아베 총재는 당수 12명 중 경제 분야에 가장 역점을 뒀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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