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중의원 선거) 당선자 대부분이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총선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선자만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헌법 개정에 89%,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79%가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등 우익 정당의 의석이 대폭 늘었기 때문으로 일본 국회가 급격히 우경화된 셈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는 유세 때에 비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기자회견에서도 중-일 관계 및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관련해 원칙론만 되풀이하며 자극적인 발언은 피했다.
이는 자민당이 압승했지만 ‘팡파르’만을 터뜨릴 수 없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중의원 의석 총 480석 가운데 소선거구(300석)에서 237석(79%)을 휩쓸었지만 득표율은 43%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27석(9%)이지만 득표율은 23%였다. 이처럼 득표율에 비해 의석수가 많은 것은 선거구당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의 특징 때문이다. 전체 민심을 더 잘 반영하는 비례대표 의석(180석)에서는 자민당이 57석에 그쳤다.
자민당의 극우 공약에 경계감도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경영자들이 자민당 공약 중 재고하거나 수정해야 할 것으로 꼽은 첫 번째는 국방군 창설(35%)이었다.
차기 퍼스트레이디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惠·50) 여사는 18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추진하는 ‘국방군 보유’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국방군을 바로 전쟁과 연결시키는 것은 안이하다”면서도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분도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야마구치현립대 부교수는 “중선거구제를 없앨 때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들이 민심과 의석 수 사이의 괴리를 키웠다. 일본의 유권자는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했을 뿐인데 국회의원들은 훨씬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일본이 우경화된 게 아니라 국회만 우경화됐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아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된 상황에서 일본 경제만 홀로 좋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이 분출하면 이번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 총재가 적어도 7월까지는 주변국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안전 운행’에 치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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