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한중일 3국의 최고지도자가 모두 새로 선출됐다. 2013년이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 등 환갑 전후의 새 지도자가 동북아 3국을 이끌어 간다. ‘협력과 공영’ 대신 ‘대립과 마찰’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동북아 3국에서 이들 3인은 어떤 리더십을 선보일 것인가. 똑같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회주의(중국)와 자유민주주의(한국 및 일본)로 대별되고 또 같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로 구별되는 동북아 3국은 새로운 지도자 시대를 맞아 ‘지역의 공동 번영과 국제무대에서의 상호 협력’이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이를 가늠해 보기 위해 정치철학과 리더십, 통치 스타일, 성장 환경 및 취미에 이르기까지 이들 3인의 모든 것을 심층 분석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2004년 8월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아베 총재는 “북한과 쉽게 타협하지 말고 한미일 3국이 공동 보조를 하자”고 요청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면담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대북 유화파였다. 자연스레 아베 총재는 대북 강경론을 펴는 박근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시 대표와 더 이야기가 잘 통했다. 면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두 사람이 웃으며 환담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박 당선인과 아베 총재는 앞으로 상호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독도는 한국 땅이다” “위안부 문제는 없다”며 대립하고 있지만 내심 상대국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지도자 모두 새 정권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욕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관계도 강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인은 지금까지 중국과 연결고리를 맺는 핵심 역할을 해 왔다.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시 당선인의 중국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2006년 11월, 2005년 5월에도 중국을 방문했다.
박 당선인이 중국어로 농담이 가능한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양국관계 강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그가 대통령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은 “항상 공식 행사만 하다가 간다. 여유 있게 관광도 하고 가라”고 말했다. 그때 박 당선인은 중국어로 “제가 그렇게 좋은 팔자가 되나요”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중국 패널의 웃음이 이어졌고 “중국어로 해 달라”는 요청에 박 당선인은 통역 없이 중국어로 답했다. 한국 대선 직후 중국 언론은 박 당선인이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한중 관계 개선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일 지도자들 사이에선 그리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이 껄끄러운 중-일 관계에서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달 총서기 취임 직후부터 ‘중화민족 부흥’을 강조하며 민족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9월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에 대해 “웃기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1인자 등극을 두 달가량 앞둔 민감한 시기에 주변국의 우려를 살 수 있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은 것이다.
시 총서기는 2009년 12월 일본 방문을 불과 2주가량 앞두고 일왕과의 면담을 요구해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왕 면담은 통상 한 달 전에 신청하는 게 외교상의 관례였기 때문.
아베 총재는 2006년 9월 처음 총리가 되고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을 택했을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같은 해 펴낸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도 중국에 대해 ‘왜 중국은 발전하나’ ‘중국 전문가는 누구나 중국과 사랑에 빠진다’ 등으로 중국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중국이 해양으로 세력을 떨치자 요즘은 ‘중국 경계’에 방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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