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으로 얼룩진 美성탄절… 이번엔 소방관들 조준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뉴욕주서 2명 참변 충격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에서 화재 진화를 위해 출동한 소방관이 총기로 저격 살해당했다. 미 서부 시애틀 인근 술집에서도 총기 관련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등 규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에도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경 뉴욕 주 웹스터 주택가에서 소방관 2명이 총격을 받아 현장에서 숨지고 다른 소방관 2명 등 3명이 다쳤다. 경찰은 범인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소방관을 유인한 뒤 집 밖 둔덕에 숨어 있다가 마치 저격수처럼 소방관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범인은 윌리엄 스펭글러 씨(62)로 밝혀졌으며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자살했다.

제럴드 피커링 웹스터 경찰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인은 미리 함정을 파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계획된 범행임을 시사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총격으로 진화 작업을 벌이지 못해 주택 4채가 전소하고 4채가 파손됐다. 범인은 1980년 조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17년간 수감됐던 인물로, 총기 구입이 불가능해 총기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또 존경받는 소방관이 저격살인을 당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사망한 소방관은 7주 전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로 고통받던 롱아일랜드 주민을 도운 공로로 2주 전 뉴욕 소방서에서 ‘올해의 소방관’으로 선정된 마이클 치아페리니 씨.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뉴욕 소방관들은 진정한 영웅들”이라며 “그들 없이 연말을 보내야 할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새벽 미 서부 시애틀 인근 대규모 쇼핑센터 내 술집에서 총격이 발생해 3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범인은 도주했다.

총기 규제에 강력히 반발하는 미국총기협회(NRA)는 CNN의 대표 토크쇼를 진행하는 영국 출신 앵커 피어스 모건 씨가 총기 규제 분위기를 몰아간다며 백악관 웹사이트에 방송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벌여 현재 5만 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또 CNN이 무기 실험을 조작해 총기 규제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총기 제작업체들이 생산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주 당국을 협박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총기 규제가 좌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타운 초등학교 사건이 발생한 코네티컷 주에서도 2009년 총기 사용자 추적을 쉽게 하는 ‘마이크로스탬핑’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상정됐지만 총기제조업체 콜트사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총격#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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