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라델피아 고교에 ‘무료 콘돔 박스’ 설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6일 16시 00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 시(市) 당국이 시내 22개 고등학교에 '무료 콘돔 박스'를 설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필리닷컴에 따르면 시 당국은 성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필라델피아 시에 위치한 고교 중 3분의 1에 콘돔 박스를 설치하고 있다.

시 당국은 "성병 확산 차단을 위한 시험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병 감염률이 높은 시내 22개 고교의 보건실에 콘돔이 담긴 투명 플라스틱 통을 설치, 학생들이 무료로 콘돔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학부모가 '내 자녀가 무료 콘돔을 사용할 수 없게 해달라'고 학교 측에 서면으로 요청한 경우 그 자녀는 무료 콘돔을 지급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무료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 10대들의 성관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시 당국은 "10대들은 콘돔을 쉽게 구할 수 있든 없든 성관계를 가질 것"이라며 반박했다.

마이클 누터 필라델피아 시장은 "어른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10대들의 상당수는 성행위를 한다"며 "그렇다면 우린 아이들이 안전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필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도 이에 동의했다.

17세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요즘 10대들이 성관계를 갖는 건 현실"이라며 "이를 무시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거주 10대들 사이에서 성병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신규 감염자 중 약 4분의 1이 10대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성병 감염률이 지난 1년 반 사이 다소 감소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 당국이 2011년 4월부터 무료로 콘돔 400만 개를 배포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내 대학교에서는 콘돔 배포가 훨씬 더 일반적이다.

뉴욕에 위치한 컬럼비아 대학교는 1980년대 교내에 콘돔 자판기를 설치, 개당 50센트(약 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시펀스버그 대학교의 학생들은 교내에 설치된 자판기를 통해 사후 피임제도 구입할 수 있다. 이 피임약은 25달러(약 2만6000원)에 판매되며 17세가 넘으면 누구나 구매 할 수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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