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과거사 새로운 입장 담은 ‘아베 담화’ 내놓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일 03시 00분


■ 전방위 ‘극우 로드맵’ 천명… 무라야마 담화 계승하되 고노 담화는 무력화할 듯
총리직속 교과서 기구 설치… 집단자위권 전문가 회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과거사와 관련해 새로운 역사인식을 담은 ‘아베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한 2007년 아베 1차 내각의 결정을 이어가겠다는 방침도 표명했다. 그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내 철학을 감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과거사와 관련한 아시아 주변국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아베의 ‘탈아(脫亞)’ 구상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특사를 4일 파견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31일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와 관련해 “당시 사회당 당수였던 무라야마 총리가 내놓은 담화다. 21세기에 바람직한 미래지향의 아베 내각 담화를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담화 발표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검토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는 파기하지 않되 새로운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역사문제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표명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담화에 대해 “아베 1차 내각 때 결정한 내용을 가미해 관방장관이 현 내각의 방침을 외부에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1차 내각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에 대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과 관헌에 따른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교과서와 관련해서도 “검정기준 및 채택 상황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총리 직속 교육재생회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왜곡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군사대국화를 위한 제도 정비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어서 동아시아 긴장이 새해 벽두부터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 패권경쟁]“中 굴기 견제”… 군사력 강화 나선 日, 美-濠 등과 ‘포위작전’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전문가 회의를 1월 중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1차 내각 때 전문가 회의는 △공해상에서 공격받은 미국 함선의 방위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요격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 경호 △타국 부대에 대한 후방지원 확대 등 4가지 유형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그로부터 5년이 흘러 아시아 안보 환경이 크게 변했다”며 집단적 자위권 적용 범위 확대 방침을 시사했다.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이기지 않으면 무리”라고 말했다.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또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지구의를 떠올려 세계를 조망하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 호주 등 해양벨트를 잇는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공무원을 상주시키겠다는 총선 공약에 대해서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센카쿠 공무원 상주를 중국 견제 카드로 남겨 놓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미국의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2015년까지 1∼3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도 1만8000m를 30시간 이상 비행하면서 지상 30∼10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하는 글로벌호크는 유사시 중국 전역을 감시권에 둘 수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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