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합산 年 45만달러 이상 소득세율 35%→39.6% 올려
재산-배당-상속세율도 인상… 의회 20년만에 첫 증세 합의
하원, 늦어도 3일까지 표결
미국 상원이 세수 확충을 위한 부자 증세에 합의해 자동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을 뜻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을 피했다. 미 하원은 늦어도 3일까지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협상 시한인 1일 0시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1일 오전 2시(현지 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89 대 8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상원이 합의한 증세안에 따르면 부부 합산 연 소득 45만 달러 이상,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세율을 현행 최고 35%에서 39.6%로 올리기로 했다. 재산세 및 배당세율도 15%에서 20%로 오른다. 일정액 이상을 상속하는 경우 상속세율도 35%에서 40%로 인상된다.
부자 증세 대상인 미국인은 전체 3억1390만 명(지난해 7월 1일 기준)의 1%인 319만 명 미만일 것으로 추산된다. 미 의회가 증세에 합의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10년 동안 6000억 달러가량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합의안은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 및 재정 혜택은 유지하기로 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만든 감세 혜택은 부자 증세 대상을 제외한 전 소득 계층에는 계속 유지된다. 장기 실업수당도 1년간 연장해서 지급돼 실업자 약 200만 명이 새해에도 계속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적자 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없을 경우 1일부터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을 자동으로 삭감하도록 한 ‘시퀘스터(sequester)’는 2개월 동안만 연기됐다. 행정부 대표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상원 내 공화당 측 협상 당사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에 성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 협상 타결 직후 성명을 내고 “양당 모두 원하는 것을 전부 얻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평가하고 하원에서도 빨리 재정절벽 차단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하원은 늦어도 3일 상원이 넘긴 법안을 표결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은 상원의 합의와 표결이 지연되자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일찌감치 1일 오전까지 정회를 선언했다. 현 하원 제112대 의회의 임기는 3일 정오까지다.
국내외 경제 침체를 불러올 재정절벽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하원도 상원의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 관계자는 “다행히 1일이 공휴일이라 금융시장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하원의 표결 연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후에도 미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연방 재정 지출 삭감안에 합의해야 한다. 미국 의회가 올해 2월까지 이에 대한 추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향후 10년간 1조2000억 달러, 연간 1090억 달러의 예산이 자동 삭감된다.
연방 부채도 지난해 12월 31일로 법정 한도인 16조3940억 달러를 초과했다. 재무부가 긴급조치로 버틸 수 있는 2월 내에 한도 인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국가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 위기에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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