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커플에 정자 제공한 男에 양육비 판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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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남성이 친권 포기를 조건으로 레즈비언 커플에게 정자를 제공했다가 양육비를 물게 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은 레즈비언 커플에게 정자를 제공했던 미국의 한 남성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여자 아기의 양육비를 부담해야할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기계 정비공인 윌리엄 마로타는 2009년 온라인 광고 웹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에 레즈비언 커플인 앤절러 바우어(40)와 제니퍼 쉬라이너(34)가 올린 광고를 보고 이 커플에 자신의 정자를 제공했다.

마로타는 당시 인공수정으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어떤 권리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 등을 조건으로 하는 문서에 레즈비언 커플과 공동으로 서명한 뒤 정자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8년 동안 동거했던 이 레즈비언 커플은 2010년 결별했으나 마로타의 정자로 태어난 아기의 부모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이 아기 이외에도 8명의 수양 자녀를 뒀다.

그러나 아기의 친권자로 등록된 쉬라이너가 지난해 초 건강보험을 신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쉬라이너와 커플이었던 바우어가 건강 악화로 양육비를 적절하게 부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캔자스주 아동·가정국이 작년 7¤9월 해당 아기에게 189달러의 현금을 지원하고 6000달러의 의료비도 부담했다.

이후 아동·가정국을 대신해 마크 맥밀런 변호사가 작년 10월 마로타가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주당국은 마로타가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캔자스주는 마로타가 정자 제공 당시 인공수정을 허가받은 의사에게서 시술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마로타에게 양육비 부담 명령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마로타의 변호사인 한나 쉬롤러는 "정자 제공자가 인공수정 시술을 하는 순간에만 친권을 면제받을 수 있다면 캔자스주에 있는 여성들이 집으로 배달된 정자를 이용, 비허가 의사에게 시술을 받은 뒤 정자 제공자에게 양육비 지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자 은행들이 인공수정을 목적으로 기증된 정자를 미국과 해외에 자주 공급하고 있다"면서 "이런 형태의 정자 제공자는 아버지가 아닌 정자 기증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자를 제공받았던 바우어와 쉬라이너도 "(주당국 결정에) 당황스럽다"며 "마로타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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