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 해결사’로 뜬 바이든… ‘협상파괴자’ 오명 쓴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 美 정·부통령 엇갈린 명암

재정절벽 협상 데드라인을 3시간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9시. 미국 워싱턴 의회 건물에 조 바이든 부통령(70)이 나타났다. 그는 초조하게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여러분 섣달 그믐날을 여기서 보내니 즐겁지 않습니까”라는 농담을 던지며 활짝 웃었다. 협상 타결의 주역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바이든의 어록에 포함된 이 말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해 12월 30, 31일 단 이틀 협상에 투입됐지만 동갑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70)와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것도 매코널 원내대표와 한 번도 대면하지 않고 전화 협상으로만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51)은 11월 초 대선 직후부터 존 베이너 하원의장(63)과 3차례 회동하며 ‘빅딜’을 추진했지만 소득 없이 끝낸 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73), 바이든 부통령에게 바통을 넘겼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바이든 부통령을 승자, 오바마 대통령을 패자라고 평가했다. 대선 전만 해도 교체론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없던 바이든 부통령이 딕 체니 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진 부통령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전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협상의 고비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2010년 12월 부시 감세안 연장 협상, 2011년 8월 국가부채 한도 상향조정 협상에서도 막판에 등장해 합의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이었다. 3번 모두 협상 파트너는 매코널 대표였다. 매코널 대표는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 “결정이 빠르며 협상 타결 뒤 뒤통수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협상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뛰어나다는 점도 바이든 부통령의 장점. 바이든 부통령은 “매코널 대표가 하는 말은 다 믿을 수 있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부각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달리 협상에 자질이 없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던 증세 기준에서 양보의 유연성을 보이지 않고 설교로 일관해 베이너 의장을 열 받게 했다. 또 31일 협상 타결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공화당을 질타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으로부터 “협상을 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1일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뒤 “백악관의 승리”라는 성명을 발표해 표결을 앞둔 하원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딜 브레이커(협상 파괴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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