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공동 창업한 케이블방송 커런트TV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인수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일 알자지라가 커런트TV 인수 계획을 발표하자 미국 내 2위의 케이블사업자인 타임워너는 자사의 케이블채널 편성에서 커런트TV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언론감시단체 AIM은 “알자지라의 미국 진출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의회는 알자지라가 과거 이슬람 과격주의 지하드 사상을 전파하는 반미(反美) 프로그램들을 만든 것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유대인단체 ADL도 성명을 내고 “알자지라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도에서 선동적 시각으로 반유대, 반이스라엘 메시지를 전해 왔다”며 “앞으로 알자지라가 미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들을 세밀히 감시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폭스방송의 대표 앵커 빌 오라일리는 “알자지라는 반미 방송”이라며 커런트TV를 알자지라에 매각한 고어 전 부통령을 ‘지저분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카타르 정부 지원으로 세워져 도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알자지라는 세계 130개국 2억5000만 시청자를 둔 아랍권 최대 위성방송이다. 아랍어 채널과 ‘알자지라 잉글리시’라는 영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커런트TV를 인수해 새로 만드는 채널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뉴욕에 본부를 두고 미국 내 6000만 가구를 시청자로 확보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서방의 어느 언론사보다 많은 해외 지국과 특파원을 두고 있는 알자지라가 미국 TV보다 더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알자지라의 등장이 오히려 미국 언론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론을 내기도 했다. ‘알자지라 잉글리시’의 중동 민주화 보도는 피바디상 등 국제적인 언론상을 휩쓸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이례적으로 사설을 통해 “알자지라의 국제뉴스 보도는 미국 TV에서 찾아보기 힘든 객관적인 시각을 보여준다”며 “타임워너는 커런트TV 편성 제외 결정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타임워너가 커런트TV 편성을 제외하면 알자지라는 1000만 가구의 시청자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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