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엔화 강세(엔화 하락·가치 상승)를 앞세워 지난해 역대 최대로 외국 기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의 지난해 인수합병(M&A)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7일 NHK방송에 따르면 인수합병(M&A) 중개 전문기업인 레코프는 지난해 일본 기업의 외국 기업 M&A 건수를 515건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보다 13%(60건) 늘어난 것으로 거품경제 시기였던 1990년의 463건을 웃도는 역대 최다 기록. 지난해 일본 기업들이 M&A에 지출한 비용은 약 1100억 달러(약 116조6000억 원)로 미국의 1610억 달러(170조6600억 원)에 이어 2위다.
M&A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일본 기업들이 엔화 강세를 무기로 외국 기업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2008년 초 달러당 110엔을 넘나들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해 70엔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30% 이상 올랐다. 달러화 가치는 폭락했지만 엔화 가치가 그만큼 올라 기업들이 헐값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장기 불황인 데다 저출산·고령화가 겹쳐 일본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점도 기업의 해외 사업 확장을 부추겼다.
비제조업 분야의 미국과 유럽 기업 인수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미 통신회사인 스프린트 넥스텔을 1조5700억 엔에 인수했다. 일본 기업의 M&A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미쓰비시상사가 캐나다 자원업체인 엔카나를 4800억 엔에 사들이는 등 1000억 엔이 넘는 대형 M&A가 즐비했다.
한편 신징(新京)보는 중국 투자자문 업체인 차이나벤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기업의 M&A 규모는 307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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