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성추행 당하는 10대 소녀 구한 男, 살인 혐의로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15시 32분


새벽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성추행하는 취객을 제지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영국인 남성이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영국 링컨셔 카운티 링컨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 스티븐 슬리포드(38)는 "성추행을 당하던 18세 소녀를 구하려 한 건 사실이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슬리포드는 2011년 9월 11일 새벽 4시경 링컨셔 카운티 보스턴의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야누시 스모데레크(48)가 10대 소녀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폴란드 출신의 스모데레크는 당시 랩댄싱(술집에서 스트리퍼 등이 손님의 무릎에 앉아 추는 야한 춤) 클럽에서 나와 거리를 서성이던 중 A양을 발견하고 성추행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후 혼자 귀가 중이던 A양은 스모데레크가 자신의 양 가슴을 거칠게 만지며 폭행하자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 애썼다.

이를 목격한 슬리포드는 함께 있던 지인과 함께 A양을 돕기 위해 나섰고, 몸싸움을 벌이며 스모데레크를 A양에게서 떼어냈다.

이후 슬리포드는 A양과 함께 사건 현장을 떠났으며, A양이 남자친구를 만날 때까지 함께 있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3시간 뒤, 스모데레크는 인근 주택 정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검시 결과 스모데레크의 시신에서는 심장을 관통한 치명적인 자상 1군데를 포함, 총 6군데의 자상이 발견됐다.

검사 팀 스펜서는 이날 재판에서 "피고 슬리포드는 이름도 모르는 소녀가 성추행을 당하는 걸 목격하고 이를 도우려 했다"며 "여기까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칭찬할 만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슬리포드가 몸싸움을 하면서 칼을 꺼내 스모데레크를 찔렀다고 주장했다.

스펜서 검사는 "슬리포드는 가지고 다니던 칼을 꺼내 스모데레크를 찔렀다. 그때 스모데레크는 소녀는 물론 어느 누구도 위협하고 있지 않았다"며 "이는 과잉 대응으로 불필요하고 불법적인 폭력 행위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슬리포드는 "난 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칼은 스모데레크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며, "단 한 차례도 스모데레크를 찌른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스펜서 검사가 전했다.

재판은 4주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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