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규제 풀린 쿠바… 美비자 받으려 장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쿠바 수도 아바나에 사는 16세 소녀 아나 윌리엄 가르시아는 다른 쿠바인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영토 절반 크기의 작은 공산주의 섬나라를 떠나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 가르시아는 현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촌과 사촌형제들이 살고 있는 미국 마이애미를 방문하고 디즈니랜드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7일 아바나 미 이익대표부 건물 앞에는 미국 관광 비자를 받으려는 쿠바인들이 긴 줄을 섰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이끄는 쿠바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주민 해외여행 제한 완화 조치 발효(14일)를 앞두고 1959년 혁명 이후 사실상 섬나라에 갇혀 살아온 쿠바인들이 해외여행의 꿈에 부풀어 있다고 AP통신이 12일 현지발로 보도했다.

복잡하고 비싼 출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이번 조치는 경제 개혁과 개방 가속화를 모색하는 라울의 가장 혁신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보 2012년 10월 20자 美, 냉전시대 상징 ‘쿠바 햇볕정책’ 폐지하나

이번 조치는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달러 수입을 확대하려는 쿠바 정부의 고육책이기도 하다. 쿠바는 1990년대 초반 ‘특별한 시기’라는 이름의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쿠바인의 달러 송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쿠바 정부가 주민들이 해외여행을 허용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더 많은 달러를 받아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번 해외여행 제한 완화로 이어진 셈이다.

미 뉴욕 바루치칼리지의 남미 전문가 테드 헹컨 교수는 “(여행 제한 완화 조치가) 쿠바를 탈출하는 창구가 아니라 들고 나는 회전문 역할을 해 쿠바인들이 써야만 하는 가시면류관의 다른 가시를 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개방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번 조치로 인권 후진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쿠바 정부가 얻을 또 다른 기대효과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출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도 남겨뒀다. 이번 조치가 해외여행을 미끼로 주민들을 체제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쿠바의 반체제 인사들은 이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다만 쿠바 정부가 의사들도 일반인과 같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혀 당초 ‘두뇌 유출’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던 전문직 종사자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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