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이럴 수가!… “남편 월급 부인에게 자동이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17시 59분


중국 남편들의 비자금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 은행이 예금 잔고에서 1000위안(약 16만9000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단돈 1위안까지 모두 부인 계좌로 자동 이체되는 서비스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자오상(招商)은행은 최근 도입한 '바오디구이지(保底歸集)' 서비스는 남편 계좌에서 용돈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부인 계좌로 보내는 것이다. 은행은 광고를 통해 "남편 계좌를 매일 확인해 1000위안이 넘는 초과분은 부인 계좌로 옮겨드린다"고 선전하고 있다.

한국어로는 '용돈 제외 이체 서비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번 상품은 명목상으로는 남편 월급을 송금하는 데 드는 수고를 덜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편의 자금 사정을 믿지 못하는 부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14일까지 이와 관련한 글이 14만 건 가량 올라왔다. 한 여성 누리꾼은 "이 서비스는 여자들이 꿈꿔오던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반면 남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정말 할 말을 없게 만든다"며 "결혼한 남자들의 활로를 막는 서비스"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부부싸움을 초래할 서비스라는 혹평까지 내놓고 있다. 부인들이 남편의 월급 통장을 자오상은행으로 옮기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오상은행 측은 "이 서비스는 부인이 남편의 월급을 훔쳐보도록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원할 경우 부인 계좌에서 남편 계좌로 돈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의 광고 내용이 남편 계좌에서 부인 계좌로 자동이체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서비스가 다분히 중국 여성들의 남자들에 대한 불신에 초점을 맞췄음을 추정케 한다.

결혼정보사이트 바이허(百合)의 한 전문가는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여성이 가정 경제를 책임졌지만 최근에는 남성들도 결혼 후에 경제권을 갖고 싶어하고 여성들은 가정 경제를 책임져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고기정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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