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먼 공해상 미군 함선이 공격받는 경우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에 포함해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령 괌이나 근처 북 마리아나 제도의 티니언 섬 주변이 지원 대상 지역으로 상정돼 자위대의 군사 활동 반경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여러 관계자는 “자위대가 미국 본토에서 행동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괌 정도는 방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괌과 티니언 섬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일본 정부는 이곳의 미군 시설 예산을 분담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자위대와 미군이 공동으로 이들 섬에서 적으로부터 공격받은 낙도를 탈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원거리 미군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 전문가 간담회가 제시했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유형이 바람직한 것인지 한 번 더 검토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전문가회의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4가지 유형을 검토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유형으로 ‘공해상의 공동훈련 등으로 자위대 함선에 가까이 있는 미군 함선이 공격받는 경우’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으로 제시했다. 멀리 떨어진 미 함선이 공격받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군과 자위대가 공동행동을 한다고 해도 공해상에서 수백 km 떨어져 있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유형은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요격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 경호 △타국 부대에 대한 후방 지원 확대 등이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미일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신문은 “괌은 중국이 세력범위로 삼고 있는 경계 내에 있다”며 “자위대의 미군 지원 확대는 아시아태평양을 중시한다면서도 국방비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을 이 지역에 붙들어 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일동맹 강화와 자위대 활동 범위 확대는 중국 패권주의와 북한의 위협 등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반드시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국을 포위하려는 냉전 구도식 안보전략은 지역 전체의 군비경쟁을 촉발해 한국의 안전보장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이 주변 국가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경계 요인이어서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항공기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공을 침범했을 때의 대응 조치와 관련해 “국제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국가도 영공을 침범당하는 경우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영공을 침범한 중국 항공기가 무선 경고에 따르지 않으면 대응조치로 신호탄을 발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이 중국 항공기에 신호탄 사격을 강행하면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보복 조치가 예상돼 국지적 충돌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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