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터넷 검색은 사람이 ‘검색엔진의 문법’을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려면 ‘무슨 영화를 보면 좋을까?’라는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질문 대신 ‘추천 개봉영화’ 등을 입력하는 식이었다. 인터넷 검색이 탄생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이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 검색 덕분이다.
페이스북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본사에서 새 검색 기능인 ‘그래프 서치’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10억 명 사용자가 맺고 있는 친구 관계를 활용해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 단순 지식 대신 생생한 친구들의 정보
실제 검색 결과는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는 검색어로 ‘영화…’까지만 입력하면 ‘영화 추천’ 등이 제안 검색어로 뜬다. 하지만 페이스북 검색에서 ‘영화’를 입력하면 ‘친구들이 좋아하는 영화’, ‘친구들이 최근 본 영화’ 등이 제안 검색어가 된다.
구글 검색에서 최종적으로 얻는 검색 결과는 대부분 영화 추천 웹사이트나 최신 영화 관련 블로그다. 이런 곳에서는 다수의 사용자가 선택한 인기 영화가 좋은 영화로 표시된다. 하지만 영화, 식당, 책, 음악 등 일상생활에서 검색하는 수많은 대상은 다수결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 더 중요하다. 선호도도 제각각이다. 이때 가장 믿을 만한 건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의 추천이다. 페이스북은 이런 친구들의 활동을 검색해 주겠다는 것이다.
사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에 앞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래프 서치에서) ‘구글 엔지니어 가운데 페이스북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 사람들’을 검색한다면 우리 회사의 채용 과정에도 이 정보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구글에서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이 그래프 서치 핵심 기능을 만든 것도 두 명의 구글 출신 엔지니어였다.
페이스북 측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미혼 남녀라면 ‘우리 집 근처에 사는 미혼 여성(남성)’으로 검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미혼/기혼, 연애 중/솔로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갖고 있는데 이런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비틀스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기르는’ 등의 조건을 덧붙인다면 가까운 곳에서 이상형을 만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 서치는 이날 미국에서 먼저 시범 서비스됐다. 적용 대상 국가는 차차 늘어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신기능을 도입할 때 전체 서비스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서버부터 새 서비스를 시작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차츰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간다.
○ 구글의 검색 독점 깨지나
페이스북의 그래프 서치는 기존 검색시장도 뒤집어놓을 기세다. 페이스북은 세계 10억 명의 사용자가 맺고 있는 1조 가지의 관계 정보를 갖고 있는데 검색분야 세계 1위인 구글은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프 서치는 반대로 페이스북을 더 활성화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그래프 서치를 이용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친구들의 관심사와 관계를 탐색하고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래프 서치는 기존에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었던 새로운 친구도 특정 조건을 이용해 새로 발견할 수 있게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모바일 검색이 추가되면 사용자의 현재 위치 등의 정보가 추가돼 더 다양한 검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극장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열면 친구들이 최근 본 영화가 자동으로 검색돼 나타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한 사람들의 사생활이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것 이외의 정보는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건 물론이고 개인정보 공개 설정을 더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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