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10명 중 2명이 20대… 유럽-日서도 2030 크게 늘어
고교 졸업뒤 독립하는 문화, 비정규직 전전하다 거리로…
미국 서부 시애틀의 대학연합감리교회에서는 매일 오후 8시 반이면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젊은 노숙인만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자선단체인 루츠(ROOTS)의 대기명부에 이름을 적고 추첨을 기다린다. 당첨된 젊은이들은 교회 지하실에 마련된 45개의 매트에서 잠을 청할 수 있다. 그러나 떨어진 사람들은 거리와 지하철 등 잠자리를 해결할 곳을 찾기 위해 돌아서야 한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노숙자라고 하기 힘든 18∼25세 젊은 남녀들이다. 루츠를 운영하는 크리스틴 커닝엄 씨는 동아일보와의 최근 통화에서 “놀라운 것은 이곳을 찾는 젊은이의 30%가량은 현재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까지 가진 사람들”이라며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 5년 새 급증했다. 우리는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의 20%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최근 몇 년간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을 지닌 젊은 노숙인들이 급증하면서 사회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 기간 저성장을 겪어온 일본과 유럽 각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 정부가 무주택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통계를 감안하면 최소 3만3000명의 대학생들이 노숙 생활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쇼어라인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을 앞두고 루츠를 전전하는 크리스토퍼 애덤스 씨(23)는 “노숙인 대부분이 노숙생활을 숨기려 익명을 쓰고 있다. 현재 드러난 것 이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기물 재처리업을 하던 부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족과 떨어져 37개 주를 전전하다가 이곳에 정착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10월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주 등 9개 지역을 대상으로 24세까지 젊은 노숙인들의 정확한 실상 및 통계 파악을 위한 ‘유스 카운트’ 캠페인을 지시했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므로 제대로 실상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나마 통계를 취합해온 미국 최고의 교육도시 보스턴에서 노숙인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6000명 가운데 15%가, 로스앤젤레스에선 17%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당 약 2명이 젊은 노숙인인 셈이다. 전년보다 3∼5% 증가한 수치로 상당수가 대학생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젊은이가 직장을 잡지 못해도 잡을 때까지, 심지어 잡은 뒤에도 부모 집에서 기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고교만 졸업하면 따로 나와 생활한다. 대학 졸업 뒤 직장을 잡지 못하면 곧바로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NHK 방송은 최근 노숙인 문제를 다루면서 “특이하게 20, 30대 젊은층도 발견된다”고 전했다. 마쓰시타 가쿠에(松下角榮·가명·28) 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며 “부모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어 홈리스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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