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달 25일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개최한다. 다른 세계 주요국의 대통령 취임식도 ‘국민과 국회 존중’의 의미가 담긴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국립묘지 왕궁 관저나 때로는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전용기, 체육관 등 이색적인 장소에서 취임식이 열리기도 한다.
○ ‘국민 존중’ 국회의사당 취임식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을 필두로 박 당선인까지 총 6번의 취임식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다. 국회의사당 선택은 군부독재 시절 체육관에 모인 선거인단이 뽑은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각각 장충, 잠실체육관에서 취임식을 열어 ‘체육관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은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도 의사당에서 열린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은 미 의회가 처음 열려 수정헌법을 채택한 뉴욕 맨해튼의 페더럴 홀에서, 재임 때는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필라델피아에서 취임했다. 워싱턴 국회의사당이 완공된 뒤인 1801년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대부분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치렀다.
의사당 내에서 약간의 장소 변화가 있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때까지는 국회의사당 동관이 취임식 주 무대였으나 배우 출신으로 미디어를 잘 활용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더 많은 군중들이 취임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국회의사당 서관 쪽을 택했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63년 11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될 당시 부통령이던 린든 존슨은 미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부랴부랴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미 대통령들은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이 캐딜락을 타고 제1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했던 1919년 이후 캐딜락 리무진을 타고 의사당에 도착한다.
○ 미테랑의 선택은 국립묘지
1981∼1995년 대통령을 지낸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에 맞춰 취임식 장소를 골랐다. 그는 1981년 프랑스 문화의 우수성을 설파하고 국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국립묘지인 파리 팡테옹에서 취임했다. 팡테옹은 ‘레미제라블’의 원작자 빅토르 위고, ‘사회계약론’을 쓴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 ‘목로주점’의 에밀 졸라 등 불세출의 사상가나 문인만 묻혔고, ‘삼총사’를 쓴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도 사후 132년이 지나서야 묻힐 정도로 프랑스의 뛰어난 문화를 상징하는 곳.
그는 재임 중 ‘그랑 프로제(Grand Projet)’라는 문화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라데팡스의 대형 아치,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초현대식 국립도서관 등 현재 프랑스를 상징하는 유명 문화재를 남겨 ‘문화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나머지 프랑스 대통령들은 검소하고 간소한 인수인계 절차를 위해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거처였던 엘리제궁은 1809년 나폴레옹 때부터 통치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식 장소는 크렘린궁이다. 공산주의 독재를 끝낸 뒤 취임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크렘린궁 광장에서 수만 명의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한 취임식을 열었다. 이후 대통령들은 대궁전 안에서 실내 취임식을 가졌다. 궁전에서 헌법 전서를 옆에 두고 러시아 황제의 상징 문양이 새겨진 빨간 보자기가 놓인 장소에서 취임하는 것은 과거 러시아 제국의 영화와 위상을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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