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진압” 논란… 서방국 말리내전 개입 엄청난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 알제리 인질 구출작전… “41명중 35명 사망”
美-日 등 10여개국 인부 억류
외신들 “한국인 인질도 있다”… 외교부 “납치 피해자 없다”
미국인 등 20여명은 탈출

말리 내전에 프랑스가 군사 개입을 한 지 6일 만에 알제리에서 이슬람 테러단체가 납치한 서방 근로자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인명 피해가 발생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출작전의 실패로 납치됐던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숨짐에 따라 말리 내전에 서방국가의 개입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또 알제리 정부군의 진압 작전이 성급하지 않았느냐는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수십 년래 가장 큰 국제 인질 사건 중 하나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구출작전 과정에서 희생된 근로자 수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최대 35명 사망설에서 최소 6명 사망설까지 엇갈리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작전 과정에서 탈출한 서방 근로자에 대한 숫자도 26명에서 4명까지 다르게 나오고 있다. 미 폭스뉴스는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26명이 이날 오전 일찍 억류 장소에서 탈출했다고 전했다. 탈출한 미국인 일부는 가족과 통화를 했다고 이 방송이 덧붙이기도 했다.

피가로 웹사이트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구출작전 실패 직후 “상황이 혼란스럽다. 우리 국민의 (사망자 등) 정확한 숫자와 관련된 것을 지금 말하기 어렵다. 가능한 한 사망자 수가 적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말리 내전이 언제든지 북아프리카 인접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산유대국 알제리는 유럽에 석유를 공급하는 제3위 국가이며 원래 알카에다북아프리카지부(AQIM)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가스전을 공격한 무장단체 카티바도 원래 AQIM에서 부사령관급 지도자를 지냈던 외눈의 알제리 살라피스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지난해 12월 별도로 떨어져 나와 조직한 단체다.

앞서 카티바 대원 20여 명은 16일 오전 5시경 영국의 BP와 노르웨이 스타토일, 알제리 국영 석유회사 소나트락이 공동 운영하는 가스전에서 근로자 수십 명을 태우고 공항으로 향하던 버스를 공격했으나 경호팀 저항으로 실패했다. 교전 과정에서 영국인 경호원 1명과 알제리 경호원 1명이 숨졌다. 또 근로자 2명과 경호원 4명이 부상했다.

이어 무장단체는 각국 근로자들이 기거하는 공장의 숙소로 침입해 알제리 근로자 150여 명과 서방 근로자 41명을 인질로 잡아 숙소(36명)와 작업장(5명)에 억류했다.

무장단체는 공장 점거 후 인터넷에 올린 성명에서 “프랑스군이 말리에서 저지른 공격에 대한 반격이고 프랑스군에 영공을 개방한 알제리 정부에 대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프랑스는 공격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인질 교환 조건으로 알제리 정부에 투옥된 반군 100명의 석방과 말리 북부로 갈 차량 20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알제리 정부는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당초 알려졌던 인질 41명의 국적은 10여 곳. 노르웨이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7명) 일본(5명) 프랑스(4명) 영국(2명) 아일랜드(1명) 오스트리아(1명) 등의 순이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독일 태국 루마니아 콜롬비아 국적 근로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단체의 공격이 있은 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로마에서 “모든 징후(indications)로 볼 때 이는 테러행위이고 엄중한 문제이며 필요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CNN 생방송에 나와 “(인질 구출을 위해) 미국이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사건과 관련해 한국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7일 “현재까지 현장 근로자 명단에 한국인이 없으며 피랍자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확인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리에 파견된 프랑스 지상군은 말리 정부군과 함께 반군에 빼앗긴 중부 도시 디아발리와 코나에서 17일 전투를 벌였다. 현재 지상군 1400명을 말리에 투입한 프랑스는 향후 2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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