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분쟁 관련 입씨름

中장성 “日 경고사격땐 전쟁”… 日관방 “영공침범 묵과 안해”

“일본이 신호탄을 한 발이라도 발사하면 개전(開戰)의 한 발을 의미한다.”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들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일본을 향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1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펑광첸(彭光謙) 중국정책과학연구회 국가안전정책위원회 부비서장(소장)은 14일 중국 반관영 중국신원왕(新聞網) 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센카쿠 상공에 진입하는 중국 항공기에 경고 사격(신호탄 사격)을 하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그는 “중국은 즉시 반격해 두 발째를 맞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5일에는 군사과학학회 뤄위안(羅援) 부비서장(소장)이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인터넷판에 “우리는 전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의대수(一衣帶水·옷의 띠처럼 강폭이 좁은 물로 서로 가까운 이웃이라는 의미)로 불리는 중-일 관계가 일의대혈(一衣帶血)이 되지 않도록 일본 정부에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영공을 침범하는 항공기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방위성 간부들은 산케이신문에 “경고 사격은 국제법에서 인정하는 조치로 영공을 침범한 항공기가 경고에 따르지 않으면 자위대 항공기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비행하면서 전방에 신호탄을 발사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간부들은 “펑 소장이 육군 출신이라 경고 사격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중국은 중-일 관계 개선을 중요시하고, 중-일 관계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센카쿠를 일본 영토라고 강조하면서도 중-일 관계 개선의 뜻을 밝힌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중국은 일본과 계속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해가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개인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16일 베이징(北京)에서 자칭린(賈慶林) 중국정치협상회의 주석 등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센카쿠 분쟁과 관련해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영원히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영토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견해와 배치되는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7일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 있는 ‘난징대도살 기념관’에도 들러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식수하고 “난징대학살과 같은 참혹한 사건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일본인으로서 마땅히 책임을 느끼며 충심으로 사과를 표한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베이징=고기정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