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오바마 2기]<3>한반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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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전략적 인내’ 대북정책 실패 교훈… 북핵-미사일에 더 센 채찍질 준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의 등장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북한과 대화할 때 빠질 수 있는) ‘관여의 함정’을 잘 알게 될 것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의 대(對)아시아 정책을 전망하는 기사를 통해 미국인들이 대북정책에 대해 느끼는 일종의 딜레마를 이같이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대화파’ 존 케리라도 ‘북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신문은 “케리는 미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핵 프로그램을 놓고 대화하길 주저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지난해에는 뉴욕에서 북한 관리와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하지만 뉴욕 미팅 일주일 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예고해 관계 회복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소개했다.

미국 내부에서 오바마 행정부 1기 4년 동안의 대북정책 성과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WP는 20일 오바마 대통령의 1기 공약 이행 실적을 점검하면서 북한 핵개발 저지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17일 북한의 이동 미사일 실전배치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했다.

이달 4일 발간된 미 의회의 대북정책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접근은 평양이 상황을 통제하면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도록 허용했다”는 내부 비판이 있다고 적시했다. 한 진보적인 미국 내 북한문제 전문가는 “오바마의 정책은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혼수상태’였다”고 비꼬았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이명박 정부에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맡긴 결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으며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국지전에 연루돼 중국과 무력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이 대선을 앞둔 지난해 8월 극비리에 대북특사를 평양에 파견한 것은 이런 내부 지적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돈만 낭비하고 핵 개발 저지에는 실패했던 경험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초기에 등장했던 ‘두 번 샀던 말을 또 살 수는 없다’는 경고가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보다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4년 동안 한 차례 핵실험과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하고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개발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과 2·29 합의를 한 지 두 달도 채 안 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대화하다 뺨 때리는’ 고약한 이중전술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2기 행정부도 ‘북한이 스스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동맹국 한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면서 정치 경제적 제재와 봉쇄로 북한을 압박해 온 1기 때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내가 아는 바로는 이곳(미국 정부)에서 (대북) 정책 재검토 계획은 없다”고 말해 대북 포용을 원하는 일각의 기대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확대 발전시키는 것에 동의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미 당국자들은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지난 4년보다는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두 동맹국의 긴밀한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또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대북 대화에 나서 동맹관계에 흠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대북정책을 제외한 한미 간 동맹 이슈에서는 박 당선인의 첫 미국 방문에 즈음해 한미동맹 체결 60주년을 기념하고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는 논의가 오바마 2기 행정부 초기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을 둘러싼 협상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예상되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평가를 들었던 한미 동맹관계를 격하하거나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유지 발전과 한국이 요구하는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 등의 쟁점이 초기부터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케리 국무장관 내정자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내정자는 상원의 인준을 통과한 이후 늦어도 다음 달까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자들을 임명할 예정이다. 국무부에서 한반도 현안을 담당해온 커트 캠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후임에는 국가안보회의(NSC) 대니얼 러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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