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러단체 돈줄은 서방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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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외국인 납치→몸값 챙겨 세력확장→추가 테러 악순환

“우리의 돈줄은 바로 서방국가들이다. 그들이 성전(지하드)을 위한 돈을 지불한다.”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오마르 울드 하마하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웃듯이 내뱉은 말이다. 아프리카의 테러단체들이 서방국가의 국민을 인질로 잡은 뒤 몸값으로 받은 돈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하고 추가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 등이 지적했다.

인질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단체는 AQIM이다. 엄청난 희생자를 낸 알제리 인아메나스 천연가스공장 인질 사태의 주범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도 AQIM 출신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 “1990년대 알제리 내전에서 패배한 이슬람 세력이 모여 2006년 결성한 AQIM이 알카에다 지부 가운데 가장 부유하고 잘 무장한 단체로 성장한 것은 인질 전략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서방국가는 겉으로는 ‘테러범과 협상은 없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히며 몸값 지불을 거부한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은밀하게 테러범에게 몸값을 지급한다고 뉴욕타임스는 꼬집었다. 미국의 전략안보분석기관인 스트랫포와 알제리 정부 등에 따르면 AQIM은 2003년 이후 10여 건의 인질극을 벌여 8900만∼1억5000만 달러(약 946억∼1595억 원)의 몸값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7월 풀려난 스페인 2명, 이탈리아 1명 등 구호단체 직원 3명의 몸값으로 1940만 달러가 지급됐다고 스트랫포는 설명했다.

인질당 지급하는 몸값 액수도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차관은 “AQIM에 지급한 인질 1명당 평균 몸값이 2010년에는 450만 달러였지만 2011년에는 540만 달러(약 57억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내셔널저널은 “이런 이유로 아프리카 테러단체들에 인질 납치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QIM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조직원의 월급을 주고, 무기를 사고, 테러를 저지른다. 스트랫포는 AQIM의 한 달 운영비는 약 200만 달러이며, 지난해 10월 현재 1600만 달러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자금력을 기반으로 AQIM은 북아프리카를 넘어 사하라 사막 남쪽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리처드 다우니 연구원은 “일부 유럽국가 정부들이 몸값을 지불한 것이 결국 외국인 납치 증가라는 결과를 낳았고, AQIM은 서방을 위협하는 대형 테러단체가 됐다”고 꼬집었다.

서방국가들이 아프리카에서 반(反)테러작전을 강화할수록 테러단체들은 더 많은 무기를 사고 대원을 늘려야 한다. 이에 필요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인 납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범에게 몸값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클 매카울 미 하원 국토안전위원장은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아프리카의 알카에다 관련 단체들은 인질극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서방에 대한 테러 자금으로 활용하고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아프리카#테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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