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야당 지도자가 연설 도중 총을 든 괴한의 습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암살은 모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는 터키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야당 ‘권리와 자유 운동(MRF)’의 전당대회가 열렸다.
아흐메드 도안(58) 당대표의 연설이 TV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신원불명의 괴한이 단상으로 뛰어 올라가 도안 대표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괴한이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잠시 멈칫하는 사이 도안 대표는 괴한의 손을 뿌리치며 멱살을 잡고 달려들었고 두 사람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제야 단상 아래 있던 보안요원과 동료의원들이 괴한에게 달려들어 제압했다. TV 방송엔 이런 모든 과정과 경호원들이 도안 대표를 호위하는 장면, 당 관계자들이 엎드려있는 범인을 향해 발길질 등을 하며 분풀이하는 모습, 경찰이 범인을 끌고 나가는 상황 등이 그대로 방영됐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범인이 든 총은 권총이 아닌 호신용 가스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옷 속에 칼 두 자루를 더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소지와 절도 등 범죄 전력이 있는 이 25세 청년이 흑해 인근 부르가스 출신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범행 동기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가스총도 이번 사건처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실제로 발사되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전했다.
도안 대표는 별다른 상처는 입지 않았으나 일단 병원에서 진료 받은 뒤 전당대회장으로 다시 돌아와 박수갈채 속에 연설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 플레브넬리예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불가리아 사회엔 서로 다른 인종과 종교 집단들이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며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며 “이번 사건과 같은 행동은 민주국가에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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