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취임사는 진보정치 선언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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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못사는 사회 안돼” 美취임사론 첫 ‘동성애’ 언급
공화 “대결적 연설” 비난

‘오바마의 진보 선언문(progressive manifest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1일 2기 취임식 연설에 대한 미 시사주간 매체 뉴스위크의 평가다. 역사적 명연설로 꼽힐 만한 화려한 수사(修辭)는 없지만 1기 집권 때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진보적 정치철학을 분명하게 전달했다는 것. 취임사의 대부분이 공화당과의 정책 갈등을 예고하는 내용이어서 미 정치권의 대결 구도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4년간 임기에 주력할 5대 어젠다를 제시했다.

경제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는 “소수만이 잘살고 다수가 못사는 사회는 성공할 수 없다”며 “세제를 개편하고 학교를 개혁하며 국민 능력 개발을 위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유층 세금 인상, 정부지출 추가 삭감 반대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은 안전과 품위를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디케어(노년층 건강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등으로 서로 기여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공화당의 사회보장 프로그램 감축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사회안전망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보호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세 번째 과제를 제시했다. 대체에너지원 개발, 환경산업 육성으로 1기에 손대지 못한 환경 보호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넷째로 제시한 외교 분야에선 “지구촌 구석구석에 강력한 동맹의 닻을 내리겠다”며 “특히 대화와 동맹의 가치를 토대로 ‘끝없는 전쟁’을 배격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예외주의’ ‘패권’을 강조하는 공화당 보수진영과의 차별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자 인권 보호를 강력히 주장하며 “동성애자 형제자매, 이민자들이 동등한 대접을 받을 때까지 우리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통령 취임사에 ‘동성애자’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제, 건강보험 개혁, 중동 민주화, 소수자 인권, 기후변화 등 정책적 소신을 빠짐없이 거론했지만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총기규제에 대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19분간의 취임사에서 ‘아메리카’를 19회, ‘국민’ ‘국가’를 10회 이상 사용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무조건 통합이 아닌 약자를 배려하고 기회를 주는 포용적 통합이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진보단체들은 “오바마가 드디어 제 ‘색깔’을 찾았다”며 환영했다. 반면에 수전 콜린스, 대럴 이사 등 공화당 의원들은 “대결적 취임사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낼지 미지수”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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