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勢 장쩌민’… 공식행사서 꼴찌로 호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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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간부 장례식 조화 소개때 상무위원 5명보다 순서 늦어
2003년 주석 퇴임 뒤 처음

중국 정계를 막후에서 주무르던 장쩌민(江澤民·사진) 전 국가주석의 이름이 관영언론에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다음으로 맨 끝에 호명됐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 이어 두 번째로 예우하던 관행이 깨져 장 전 주석이 정계에서 실제로 은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중앙(CC)TV가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양바이빙(楊白氷) 전 중앙군사위 비서장의 장례식에 화환을 보낸 지도부 이름을 열거하면서 장 전 주석을 제일 나중에 거명했다고 전했다. 후 주석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및 새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 5명 뒤에 호명한 것. 장 전 주석의 화환도 상무위원들의 화환 뒤에 놓였다.

장 전 주석은 2003년 3월 주석 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공식석상에서 줄곧 후 주석에 이어 ‘넘버2’의 예우를 받았다. 공식행사에서 후 주석 바로 다음에 입장하거나 관영매체 보도에서 두 번째로 호명됐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시 총서기가 새 지도자로 선정된 뒤에 있었던 딩광쉰(丁光訓) 전 정협 부주석 장례식 때는 후 주석과 시 총서기에 이어 서열 3위 대접을 받았다. 이번에 상무위원들의 뒤에 언급된 건 주석직 이양 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관영매체의 호명 순서는 국민과 당원에게 누가 실권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따라서 장 전 주석을 후선에 배치한 건 올해 87세인 그가 정치 개입을 중단하고 초야로 완전히 돌아간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 전 주석이 최근 의전상 특별대우를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장 전 주석이 당장 막후 권력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베이징의 정치분석가 천쯔밍(陳子明) 씨는 SCMP에 “장 전 주석이 정치적 영향력을 포기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그가 비록 의전 서열에서 뒤로 밀리더라도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중국 분석가 류루이사오(劉銳紹) 씨는 “(새 정부에서) 한동안은 오히려 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장쩌민#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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