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초당적인 포괄 이민 개혁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민주·공화 양당의 중진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8인위원회(Gang of Eight)’는 28일(현지 시간)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에게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 기회를 주고 그 대신 추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이민법 개혁안 초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척 슈머 의원(민주·뉴욕)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의회가 이 일(이민 개혁)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라며 “3월까지는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돼 늦은 봄이나 여름까지 상원을 통과하기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 2016년 대선 노린 여야 대타협의 산물
초안의 골자는 기존 불법 체류자에게는 합법 이민의 기회를 줘 양성화하되 추가적인 불법 체류자 증가는 막겠다는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불법 체류자가 된 청소년과 미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구제한다는 것도 핵심 아이디어다. 위원회는 “미래를 이끌 혁신가와 기업가를 (미국에서) 교육해 놓고 기여할 수 있을 때 쫓아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당초 이민 개혁에 반대해 왔으나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밋 롬니 후보가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지지를 27% 얻는 데 그쳐 버락 오바마 대통령(71%)에게 크게 뒤지자 2016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민자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존 매케인 의원(공화·애리조나)은 기자회견에서 “불법 이민자들에게 잔디 깎기나 청소, 심지어 육아까지 맡기면서 혜택을 주는 데는 그동안 너무 인색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 보수주의자들은 이번 합의안이 ‘불법 이민에 대한 사실상의 사면’이라고 반발해 법안 마련과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대타협 이뤄 낸 8인위원회
이민 개혁 문제는 2007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실패한 뒤 정치권이 손대지 못했던 난제였다. 8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입법에 돌입해 단 두 달 만에 신속하게 초안을 만들어 냈다. 위원회에 속한 상원의원 8명은 플로리다 뉴욕 등 이민자가 많은 지역 출신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공화당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이민 개혁을 외쳐 온 ‘소신파’ 그룹. 공화당의 샛별로 2016년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는 마코 루비오 의원(플로리다)은 독자적인 이민 개혁안을 추진하다가 ‘스타 파워’가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요청으로 뒤늦게 합류한 ‘얼굴마담’.
딕 더빈(일리노이), 로버트 메넨데즈(뉴저지), 슈머 의원은 민주당 내 ‘이민 개혁 삼총사’로 불린다. 제프 플레이크(공화·애리조나) 마이클 베넷 의원(민주·콜로라도)도 지역구에 히스패닉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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