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5년만에 시리아 공습… 이란 개입하는 중동분쟁 번지나

외신 “화학무기 연구시설”… 이란-아랍연맹 “도발” 맹비난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0일 시리아 영토 내 군의 화학무기 연구시설을 공습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은 2007년 원자로 시설 폭격 이후 5년여 만이다. 이번 공습으로 2011년 3월 이후 약 2년간 내전을 벌이는 시리아 사태가 지역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은 공습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31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사전에 미국에 공격 사실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시리아의 동맹국인 러시아와 이란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 공습이 사실이라면 주권을 침해한 중대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 외교부 장관은 TV 연설에서 “이번 공습은 시리아의 안정을 막으려는 서방과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침략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랍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도 “국제법에 반하는 도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의 공습 목표물을 놓고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관리와 레바논 보안관리는 이날 새벽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국경을 따라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향하는 무기 운반 트럭 행렬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 무기는 레바논에 근거를 두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전달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는 국영 TV를 통해 이를 부인하면서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에서 서북쪽으로 15km 떨어진 자믈라야의 ‘억지력과 자위력 증강을 위한 과학연구센터’를 공습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지대에 있는 헤몬 산악지대를 저공비행해 시리아 영토에 침입한 뒤 해당 시설을 폭격하는 침략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공습으로 직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레바논군도 지난달 29일 오전 9시 반부터 30일 오전 2시까지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영공을 16차례 침범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시설이 SSRC라는 군 연구시설”이라며 “시리아의 미사일 및 화학무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부분적으로 2007년 시리아가 개발하려던 원자로와도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2005, 2007년 SSRC 및 산하 시설에 대해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공격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시리아가 보유한 화학무기가 내전 와중에 헤즈볼라나 시리아 내 알카에다와 연계한 과격세력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리아가 러시아에서 도입한 SA-17 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이 헤즈볼라의 손에 들어가면 이스라엘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습 작전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스라엘은 2006년 34일 동안 헤즈볼라가 장악했던 레바논과 전쟁을 벌인 바 있다.

윤양섭 선임기자·이설 기자 lailai@donga.com